‘에버기븐’호, 23일 아침 돌풍 만나 좌초…운하 통행 막히자 WTI 한때 4% 상승
  • ▲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좌초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 뒤를 따르던 화물선 선원이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의 폭은 최소 165미터에서 최대 300미터에 이른다. ⓒ자비에 블라스 트윗 공유사진 캡쳐.
    ▲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좌초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 뒤를 따르던 화물선 선원이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의 폭은 최소 165미터에서 최대 300미터에 이른다. ⓒ자비에 블라스 트윗 공유사진 캡쳐.
    길이 400미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됐다. 이로 인해 홍해와 지중해를 오가려는 화물선 100여 척이 운하 남북 쪽에서 대기 중이다. 그러나 배 구상선수(球狀船首, Bulbous bow, 배 선수 아래의 둥그런 부분)가 모래밭에 깊게 처박혀 있어 운하가 다시 열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도 한때 출렁였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선박은 파나마 선적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호다. 소유주는 일본 ‘쇼에이 기센’이지만 실제 사용업체는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이다. ‘에버기븐’호는 중국을 출발해 네델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다 지난 23일 오전 7시 40분(현지시간) 수에즈 운하를 지날 때 갑작스런 돌풍을 만나 물길 옆 모래 둑을 들이받으며 좌초됐다.

    이집트 운하 관리당국은 8척의 견인선을 보내 끌어내는 한편 육지에서는 굴삭기를 동원해 모래 둑을 파냈지만 ‘에버기븐’호는 24시간이 지나도록 물에 뜨지 못하고 있다. 운하 관리당국이 ‘에버기븐’호를 꺼내는데 애를 먹는 이유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미터, 폭 59미터, 배수량 21만9000톤에 이르는 초대형 선박이다.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2만 개를 실을 수 있다. 배수량으로 따지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의 2배가 넘는다.

    이런 규모다 보니 몇 만 마력의 출력을 가진 예인선들이 8대나 달라붙어도 꿈쩍도 않는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방송은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다시 떠올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운하 통행이 재개되려면 며칠 더 걸릴 수 있다”는 ‘에버그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세계 물동량 12% 책임지는 수에즈 운하…대기선박 185척으로 늘어

    ‘에버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 통행이 전면 중단되자 유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인도양을 오가는 화물선들이 아프리카 남단(희망봉)을 거치지 않고 홍해에서 바로 지중해로 갈 수 있는 바닷길이다. 운항일정을 대폭 줄일 수 있어 대형 선박들은 1회 사용료가 5억~6억 원이나 되지만 많이 이용한다.

    실제 24일 현재 수에즈 운하 남북 쪽에 대기 중인 선박은 185척에 달한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지 못할 경우 선박들은 매일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하 관리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간 선박은 약 1만9000척으로, 하루 평균 51.5척 이상”이라며 “세계 물동량의 12%가 오가는 운하 통행이 완전히 중단되면 특히 유럽에 공급할 석유와 액화가스 부족이 우려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에즈 운하 사태로 해상을 통한 원유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4%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42달러(5.9%) 오른 61.1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북해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3.62달러(6%) 오른 64.41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살 메르코길라노 박사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매우 드물지만 세계 무역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