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토부 보고서 "지형·전략 모두 최저" 평가… "찬성 정치인들, 나중에 책임질 수 있나"
  • ▲ 가덕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 가덕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가덕도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가덕도는 공항을 지을 곳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격앙된 주민들은 "과연 이곳에 공항을 건설하는 곳이 맞다고 보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지난 17일 만난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덕도 주민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허 교수는 인터뷰에 앞서 "실제로 가덕도에 가 보니 어떠하더냐? 그곳에 공항을 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허 교수는 그러면서 "그곳에 한 번 가 보기만 해도 가덕도가 왜 공항 부지로 적절하지 않은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어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ADPi)에 용역을 발주해 2016년 펴낸 사전타당성보고서 일부를 보여주며 가덕신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는 가덕·밀양·김해 등 3곳과 관련한 지형적·전략적 평가 결과가 담겼다. 

    우선 연간 측풍이 20노트 이상인 비율은 가덕 0.67%, 밀양 0.28%, 김해 0.17%이었다. 지진·해일·홍수, 지반공학적 위험 등 자연재해가 운영과 잠재력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가덕도가 제일 크다고 했다. 최대 5등급 기준으로 가덕은 0.78등급, 밀양은 3.61등급, 김해는 2.75등급을 받았다. 

    가덕도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풍랑이 잦은 지역 특성을 언급하며 가덕공항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 10만 명 이상의 가장 가까운 도시 중심까지 가덕은 23km, 밀양은 16km, 김해는 9km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나 철도를 이용해 공항 부지까지 걸리는 평균이동시간 역시 가덕이 가장 오래 걸렸다. 

    보고서는 공항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토지 가용성 평가, 즉 공항도시 잠재력에서도 가덕이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공항도시란 '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큰 도시'로, 공항 발전에 따른 파급효과를 누리는 입지가 된다.

    결국 가덕·밀양·김해 가운데 가덕이 신공항 부지로 가장 부적합하다는 결론이었다.

    허 교수는 "이미 노무현정권 당시 백지화된 사업을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가덕도는 현 정부가 말하는 동남권 허브공항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를 갖춘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가덕신공항 건설에 최대 28조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국책사업은 시작하고 보면 예산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가된다"고 지적한 허 교수는 "가덕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도심과 연결되는 도로 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덕신공항 건설 위해 평균 87m, 최대 106m 성토작업"

    허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가덕도는 바다에 트여 있어 해일 등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라며 "일본 간사이·하네다공항과 마카오 국제공항은 인공섬을 만들어 공항을 건설했지만, 넓게 보면 육지에 쌓여 있는 내해인데도 해일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해일을 막기 위해서는 활주로를 높게 건설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게 된다"고 우려한 허 교수는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이론적·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공항 운영을 위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수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 17일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가 가덕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17일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가 가덕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허 교수에 따르면, 해상공항은 수면과 그 아래 연약한 지반을 고려해 막대한 성토(盛土)작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일본 추부공항은 25~29m 정도의 성토작업을 했고, 연약층이 두꺼운 하네다공항은 성토층의 두께가 51.4m에 달한다.

    그런데 국토부 조사 결과 가덕도는 연약층이 평균 30m(최대 45m), 수심은 평균 17m(최대 21m)에 달한다. 결국 가덕도는 해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평균 87m(최대 106m)의 지반 개량과 성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가덕도는 외해에 위치해 활주로를 해수면 위 40m, 약 10층 건물 높이로 쌓아야 하는데 이런 공사는 전 세계 공항 어디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활주로가 높아지면 바람·기후 등 기상의 영향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덕신공항 개항하면 매년 수백억원 예산 들 것"

    허 교수는 "현재 상황을 보면 가덕신공항 개항 시 유지보수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전혀 계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매년 수백억원씩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그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현 여권 핵심인사들이 가덕신공항과 관련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지금 정책 결정을 한 사람들은 가덕공항이 개항할 때쯤이면 떠나가고 없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결국 자기 일이 아니고 자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가덕신공항 건설로 부산이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음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주장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비난했다. 공항이 물류 허브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동거리뿐 아니라 전체적인 비용절감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 ▲ 국토교통부가 2016년 펴낸 사전타당성 보고서에는 가덕, 밀양, 김해 가운데 가덕이 신공항 부지로 가장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 ⓒ뉴데일리 DB
    ▲ 국토교통부가 2016년 펴낸 사전타당성 보고서에는 가덕, 밀양, 김해 가운데 가덕이 신공항 부지로 가장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담겨 있다. ⓒ뉴데일리 DB
    인천국제공항의 연평균 화물 수요는 약 280만t(세계 3위)인데, 영남권 물량은 약 10%인 28만t에도 미치지 못한다게 허 교수의 분석이다. 

    허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화물 물동량을 보면 경남과 부산이 차지하는 항공화물은 아주 미미하다. 금액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전체 화물의 5%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화물기의 비용절감 체계가 가동 중인데 외국 화물업체들이 무슨 이득이 있어 굳이 가덕신공항으로 옮겨가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행기가 많이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도 새벽에는 비행기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가덕신공항이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주변 인프라가 없고 도심까지 이동거리가 먼데 누가 새벽에 비행기를 타러 오겠느냐"고도 반문했다. 

    민간 조종사들 "가덕도신공항, 안전 확보 못해"

    가덕신공항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항공업계 관계자들도 강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가덕도공항 예정지는 수심이 깊은 외해에 위치해 섬을 중심으로 활주로 양 끝단의 침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는 활주로의 휘어짐과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어 고중량·고속·대형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덕도는 과거 태풍 경로에 위치한 적이 많았고, 내해보다 강풍과 높은 파고의 영향으로 공항 피해와 운항 저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이어 "항공안전 담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추진특별위원회'에 민간 항공조종사 및 관제사, 공항 운영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는 검토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공항 북쪽 산에 충돌해 12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동남권 신공항 문제. 안전 확보가 최우선돼야 할 신공항 건설을 두고 정치권이 내세운 해답은 가덕도지만, 정작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졸속행정’이라는 비난 속에 시장보궐선거용 표심싸움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