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AN·교황 "총사망자 50명, 무력진압 중단" 촉구… 호주 연구소 “중국서 무기 수입 가능성”
  •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맞서 엄폐물을 만들고 돌을 던지는 미얀마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맞서 엄폐물을 만들고 돌을 던지는 미얀마 시위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얀마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지난 3일에만 시위대 38명이 숨졌다고 유엔 미얀마특사가 밝혔다.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과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미얀마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직접 시위 진압에 나섰다”는 소문이 떠돈다.

    ASEAN 외무장관·교황 “무력진압 중단” 촉구

    AFP·로이터 등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특사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군·경의 총격으로 오늘 사망자만 38명”이라며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오늘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고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 최소한 2명은 10대로 알려졌다. 

    버기너 특사는 “지금까지 총사망자는 50명을 넘었다”며 “이러다 미얀마에서 진짜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통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군·경은 양곤·만달레이·밍옌·모니와 등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군·경에 구금된 시위대는 400명이 넘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미얀마 군부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지난 2일 ASEAN 외무장관회의에서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미얀마 군부에 무력진압 중단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올해 ASEAN 의장국인 브루나이도 “우리는 미얀마 사태의 모든 당사자들이 폭력을 자제하고 최대한의 자제력을 보이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바티칸에서 진행한 일반 알현에서 “미얀마 시민들의 희망이 폭력에 억눌려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 군부의 시위 무력진압 중단과 정치범 석방을 촉구했다.

    미얀마 시민들 “중국이 무력진압 도와”…호주 싱크탱크도 의혹 제기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27일 AP통신 사진기자 ‘테인 조’를 비롯해 내외신 기자 6명을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구금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미얀마 군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은) 그 영향력을 미얀마 시민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경이 시위대에 사용한 최루탄 등 진압무기가 중국산”이며, 심지어 “시위 진압에 중국인이 직접 참여했다”는 소문이 돈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군·경의 시위 진압 현장에서는 중국산 최루탄 등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중국이 뒤에서 도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직접 시위 진압에 나섰다는 주장도 온라인과 SNS에서 퍼졌다. 반공 중화권 매체 에포크타임스는 “한 미얀마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보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한 군인이 ‘一, 二, 三, 走!(하나, 둘, 셋, 발사!)’라고 외치는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직후부터 양곤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일이 이런 의혹들에 힘을 실었다. 

    미얀마 군부는 2월2일부터 모든 국제항공편을 취소했다. 그런데 이날 양곤국제공항에 중국발 여객기 5대가 도착해 무엇인가 하역하고 떠났다. 이후 중국발 여객기가 매주 한 번씩 양곤국제공항에 입항한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 2월23일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미얀마와 중국은 이들 여객기가 수산물을 실어 날랐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얀마 군부가 중국제 시위 진압용 무기를 수입한 것이거나, 중국 당국이 미얀마 군부를 돕기 위해 시위 진압 병력과 사이버전 전문가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