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한 건 DJ국정원… 박지원, 알면서 거짓말" 전직 직원들 "정략적" 개탄"文정부, MB국정원 간부 이미 여러명 구속… 불법사찰혐의 한명도 없었다"
  •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여권이 지속 제시하는 것에 대해 국정원 전직 직원들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직 직원들은 특히 기관 수장인 박지원 원장이 직접 나서서 국정원을 다시 정치 전략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며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본지는 국정원에서 고위 간부를 역임한 몇몇 인사들을 접촉해 전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직 직원들은 한결같이 "그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에 대해 샅샅이 조사를 했는데 더 이상 조사할 게 남았나"라고 한탄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은 4월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정략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 전직자들 한탄… "1000여명 불법사찰? 사실 아냐"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고위직을 지내고 퇴임한 한 인사는 불법 사찰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다. 이 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국회의원 등 1000여명의 각계인사에 대해 불법 사찰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 인사는 "문재인 정부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한 국정원 간부 여럿을 구속 수사했다. 하지만 구속된 간부들 어느 누구에게도 그와 같은 혐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 인사는 이어 "이때 검찰은 국정원의 메인 서버 등 존안자료(보존 문건)를 샅샅이 뒤졌지만 1000여명이나 되는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아무런 혐의도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직무에 그저 충실했던 직원들이 구속 수감돼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정당하게 수집한 자료를 여권이 불법사찰로 몰아갈 속셈이 아닌지 크게 우려스럽다"고 경계했다.

    "국정원의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을 불법사찰로 몰아가려는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고위간부를 역임하고 퇴직한 한 인사는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을 들고 나온 것이 여당의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의심했다. 이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는 박지원 원장의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 전직 고위간부는 "먼저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불법사찰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이미 박지원 원장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이다. 임동원·신건 원장이 불법 도청으로 형을 받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정보기관의 수장이 이처럼 쉽게 거짓을 말하는 건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회 요구 시 공개하겠다'라니… '4월 보선 개입'이란 비난 자초"

    이 전직 고위간부는 또 "박지원 원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불법 사찰을 한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의 의혹을 과연 국회 공식석상에서 언급하는 게 타당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설령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4월 보선이 끝나고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했어야 했다. '국회가 요구하면 공개하겠다'는 발언은 정치개입 의심을 살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국정원 전직 직원은 박지원 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에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이 전직 직원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16일) '정보기관의 사찰성 정보 공개 촉구를 위한 특별결의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아 민주당과 국정원이 사전 교감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라며 "이를 통해 '정치 사찰' 문제를 선거용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돼 국정원 전직 직원으로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한탄했다.

    박지원 원장이 'MB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을 국회에서 확인해 준 직후 이 같은 특별결의안이 나온 것이 일반적인 수순은 아니란 지적이었다.

    본지가 접촉한 이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기관의 처지와 박지원 원장의 언행에 크게 한탄하면서도 "우리 전직 직원들이 국정원과 후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취재에 협조한 것이다. 기사를 점잖게 잘 써달라"고 본지 취재진에 거듭 당부했다. 

    "국정원에서 수십 년 일한 전직 직원으로서 현 원장 등에게 조언을 하고 싶을 뿐,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