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유로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질의응답 생략… 거리 두기 하향에도 안 바꿔"수영귀순=수퍼솔저" 의혹에도… 귀순자 신원-잠수복 사진조차 비공개" 기자들 분통
  • ▲ 군 당국은 지난 16일 동해안으로 귀순한 북한 남성이 '머구리'처럼 생긴 잠수복을 입고 6시간 동안 헤엄쳐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머구리'는 수영할 수 있는 잠수복이 아니다. 왼쪽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연합뉴스가 '머구리'를 설명한 그래픽. 오른쪽은 올 2월 리플리 기지에서 극지잠수훈련을 하는 해군 장병이 드라이슈트를 입은 모습. ⓒ연합뉴스-미해군 공식 트위터
    ▲ 군 당국은 지난 16일 동해안으로 귀순한 북한 남성이 '머구리'처럼 생긴 잠수복을 입고 6시간 동안 헤엄쳐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머구리'는 수영할 수 있는 잠수복이 아니다. 왼쪽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연합뉴스가 '머구리'를 설명한 그래픽. 오른쪽은 올 2월 리플리 기지에서 극지잠수훈련을 하는 해군 장병이 드라이슈트를 입은 모습. ⓒ연합뉴스-미해군 공식 트위터
    지난 16일 동해안에서 발생한 ‘수영귀순’을 둘러싸고 세간의 의혹이 증폭했음에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엿새째 관련 내용을 속 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는 ‘겨울바다 6시간 헤엄’이 사실인지 판단할 귀순자의 잠수복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 “추측성 보도 자제해달라”…현장 질의응답 없는 정례 브리핑

    지난 21일 일부 언론이 “수영귀순과 관련한 조사가 거의 마무리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번주에는 군 당국이 ‘수영귀순’ 조사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2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수영귀순’과 관련한 전비태세 검열 결과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합참은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을 확인했으며 (언론에)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정확히 설명드릴 때까지 확인되지 않은 보도는 국민들께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 외의 질문은 없었다.

    브리핑 후 국방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방부의 브리핑 방식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상향조정된 지난해 12월24일부터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지 않는다. 사전에 접수한 질의에만 답변을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추가적인 질의는 일절 받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15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하향조정했는데도 국방부는 브리핑 중 질의응답 중단을 고수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하향했다. 불과 엿새 전에 ‘수영귀순’이라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국방부와 합참이 브리핑 중 질문을 받지 않아 제대로 된 설명이나 견해를 얻기 어렵다”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TV조선이 지난 20일 보도한, 귀순자의 수중추진기(물속에서 빠른 이동을 돕는 장치) 사용 여부 또한 물어볼 수 없었다.

    22사단 무선 교신 중 “귀순자 수중추진기 사용” 언급… 합참 “절대 사실 아니다”
  • ▲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수영귀순에 대한 군의 대처를 보면 삼척 입항귀순이 떠오른다"고 평했다. 사진은 2019년 6월 '삼척 입항귀순' 당시 주민이 촬영한 사진. 인민복을 입고 뱃머리에 선 사람이 눈길을 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V조선은 “수영귀순자를 찾기 위해 군에 경계령이 발령된 16일 오전 수색작전에 참여한 군 관계자는 당시 부대(육군 22사단 소속 부대) 간 무선교신에서 특이한 내용을 들었다”며 관련 음성기록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그럼 걔가 수영을 해서 넘어왔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고 “어, 그 스쿠버 장비, 오리발하고 앞으로 쭉 추진하는 그거 있잖아”라는 답이 나온다. 답변한 사람은 이어 “그쪽에서 상황 전파하면서 ‘어, 이거 발견됐다’ 막 하잖아. (직접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추진기를 갖고 왔다’고 이야기를 하긴 하던데….”라고 덧붙였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6일 새벽 (귀순지역의) 해류는 남에서 북으로 흘렀다”고 전제한 방송은 “군이 말한, 귀순자가 착용한 ‘머구리 복장’으로 추진기 없이 겨울바다를 6㎞ 넘게 헤엄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22일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는 “그 보도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그런 것(수중추진기)은 없었다”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수영귀순’ 의혹, 국회 국방위 보고 통해 사라질까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금명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수영귀순’과 관련한 합참 조사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군 당국이 ‘수영귀순’에 관한 사실 공개를 너무 꺼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전문기자는 “사건 발생 6일이 지났는데 군 당국은 당시 어떻게 경계가 뚫렸는지 구체적인 정황, 귀순자가 북한군 소속인지 노동당 기업소 소속인지 대략적인 신원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6시간 동안 겨울바다를 헤엄쳤다’는 단서가 되는 잠수복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유로 브리핑에서 질문도 받지 않으니 세간에서 나도는 의혹을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 군사전문가도 “사진이 있다면 귀순자가 착용한 것이 군에서 말하는 ‘머구리 잠수복’인지, 스킨스쿠버 동호인부터 군 특수부대까지 사용하는 고급 드라이슈트(낮은 수온에서 잠수할 수 있게 만든 건식 잠수복)인지 알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6시간 동안 겨울바다를 헤엄쳤다는 군 당국의 발표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면서 “군 당국이 대체 왜 관련 내용을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