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음악방송 무대에 '日 천수각' 유사 그림 등장… 제작진 "상상 속 용궁 표현" 일본 성 카피설 부인
  • ▲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조선팝 어게인'에서 퓨전국악 밴드 '이날치'가 신곡 '여보나리'를 공연하는 장면.  ⓒKBS '조선팝 어게인' 방송 화면 캡처.
    ▲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조선팝 어게인'에서 퓨전국악 밴드 '이날치'가 신곡 '여보나리'를 공연하는 장면. ⓒKBS '조선팝 어게인' 방송 화면 캡처.
    KBS가 국악에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목시킨 '조선팝'을 선보인다는 취지로 방영한 음악방송에 '일본풍 성(城)'이 등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구설에 오른 프로그램은 지난 11일 KBS 2TV에서 방영된 '조선팝 어게인'.

    이날 방송에는 퓨전국악 밴드 '이날치'가 출연해 히트곡 '범 내려온다',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등을 선보였다. '이날치'는 판소리에 팝을 접목한 노래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밴드. 밴드 이름은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李捺治)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치'가 방송 최초로 선보인 신곡 '여보나리'는 토끼의 간을 찾아 떠나는 별주부가 홀어머니와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로, 이 곡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 뒤에는 가사와 연관된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했다.

    이 중 '천수각(天守閣·덴슈카쿠)'을 연상케 하는 성(城) 두 채가 배경으로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천수각'은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센고쿠 시대) 이후 지어진 건축 양식으로, 성의 중심부인 아성(牙城)의 중앙에 3~5층으로 제일 높게 만든 누각(樓閣)을 가리킨다.

    '조선팝 어게인'에 등장한 성도 '천수각'처럼 층마다 기와를 겹겹이 쌓아올린 모습을 하고 있어, 방송 직후 "오사카 성과 닮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더쿠'에 "'조선팝 어게인'에 일본풍 성이 등장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악 무대에 왜색풍 성이 웬 말이냐"며 "불쾌하다"는 성토를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팝 어게인' 제작진은 18일 "존재하지 않는 '용궁'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했다"며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로, 일본 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에게는 죄송하다"며 "무대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날치 밴드에게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불편함을 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KBS 홈페이지와 네이버TV, 카카오TV에서 '이날치'가 부른 '여보나리' 공연 장면은 삭제된 상태다.

    다음은 '조선팝 어게인' 제작진의 공식 입장 전문.

    최근 일부 SNS에서 〈조선팝 어게인〉 이날치 밴드 <여보나리> 무대 배경에 사용된 ‘용궁’ 이미지가 일본식 성과 유사하다는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희 제작진은 무엇보다 〈조선팝 어게인〉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예기치 못한 논란에 안타까운 심정을 밝힙니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지난 3일 발표한 <여보나리>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못다한 내용을 풀어낸 곡으로 토끼의 간을 찾아 육지로 가는 별주부가 홀어머니와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용을 이날치 밴드만의 재기발랄함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저희 제작진은 <여보나리>라는 곡의 배경으로 ‘용궁’을 구상하였고, 존재하지 않는 ‘용궁’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하여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적합한 품질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용궁 이미지는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로,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신 시청자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뛰어난 무대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날치 밴드에게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에, 저희 제작진은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