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비핵화 포기할 수 없다”… 북한 다뤄본 경험 있는 미국 전직 고위관계자들
  •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기자단.
    ▲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기자단.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장관후보자의 주장과 관련해 전직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런 주장을 하면서 설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90년대부터 오바마 때까지 북한 다뤄본 전직 미국 당국자들 의견

    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가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6일(현지시간)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방송은 1994년 9월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오바마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 현재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장으로 있는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의 의견을 소개했다.

    갈루치 “한국 대통령,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설득 말라”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serious) 자세를 갖고 있다’며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속 가능한 관여를 통해 미북·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협상안을 만들어 내고 정치적 주제들을 해결하면, 이런 맥락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타당하다”고 지적한 갈루치 전 특보는 “그러나 이는 매우 오래 걸리는 과정으로, 정상회담 몇 번 하고 점심 먹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보는 그러면서 1993년부터 시작된 북핵위기 당시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 1년6개월 이상 걸렸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평가한 갈루치 전 특사는 “그러나 동맹인 한국과 미국은 궁극적 목표가 비핵화인 ‘관여(engagement)와 외교’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신중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문가 가운데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나쁜 계산이자 나쁜 조언”이라는 것이 갈루치 전 특보의 주장이다.

    아인혼 “트럼프에게 했던 주장, 바이든에게는 하지 말라”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갈루치 전 특보와 함께 1990년대 초반 제네바합의 협상에 참여했던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트럼프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증거도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주장을 폈다”며 “문재인정부는 바이든정부를 조속히 북한에 관여하게 하려고 같은 주장을 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그런 주장은 (바이든정부 내에서) 회의적 반응을 초래할 것”이라라는 지적했다.

    “바이든정부 관계자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해박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아인혼 전 특보는 “과거 북한문제를 직접 다뤄본 바이든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여부와 관련해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것을 비핵화 의지의 증거라고 볼 수 없으며, 2017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역량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이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의 주장이었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어떤 말과 행동도 핵무기 포기 의사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특히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밝힌 것은 비핵화와 반대로 간다는 의미”라고 지적한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정부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모어 박사·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북한 행동, 비핵화와 거리 멀어”

    세이모어 박사도 “북한에 비핵화 의지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먼 미래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최소한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김정은이 비핵화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한 세이모어 박사는 “앞으로 4년 이내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외교를 통해 핵 개발 발전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도 “북한의 행동은 비핵화와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을 않는 것은 미국·한국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 측과 대화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김정은에게) 비핵화할 뜻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노리는 ‘미북 핵군축 협상’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제한하는 작은 목표를 추구할 때 미국은 이를 ‘군축협상’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표현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