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 미래 학교'로 디지털 교육 인프라 갖추겠다는데… 현장선 "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라"
  •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에 18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교육부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에 18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교육부
    교육부가 3일 발표한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를 두고 시급한 교육 현안은 뒷전이란 비판이 현장에서 나온다. '그린스마트', '미래' 등 거창한 용어를 사용하며 정책을 포장했지만, 정작 내진설계 보강 공사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를 교육부가 챙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는 오는 2025년까지 국비 5조5000억 원(30%), 지방비 13조 원(70%) 등 총 18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40년이 넘은 낡은 학교 건물 2835동을 개축·리모델링하는 게 골자다.

    사업 방식은 재정 지원 방식이 2126동(75%)이며, 709동(25%)은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추진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사업 과대 포장하지 말고 현장 필요부터 살펴야"

    이번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계획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당장 학교 현장에서 원하는 시급한 요구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사업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단순한 건물 증·개축이 아닌 교원 확충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좀 더 본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에 교육부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관계자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학교를 학생들이 더 창의적으로 공부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취지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일선 학교에서 내진설계 보강과 석면 공사, 교원 충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더 시급히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고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에 너무 많은 예산을 집중하는 거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각 학교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에 먼저 예산을 쓰고 학교 공간 혁신은 점진적으로 해 나가면 될 일"이라며 "특히 학교장을 처벌 대상에 포함한 중대재해법이 내년부터 시행돼 올해 학교 건물 시설 개선 요구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교육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게 먼저"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계획이 '과대 포장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부가 그린·스마트·미래 등의 용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핵심은 노후 학교 증·개축"이라면서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그린스쿨' 사업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간 혁신은 이미 교육부가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대동소이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40년 이상 노후화한 학교를 증·개축하는 것인 만큼 학생 안전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각 학교 선생님과 학생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하는 사업이므로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기존 교실 모습을 미래형으로 바꾸겠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규격화되고 틀에 박힌 기존 교실의 모습을 미래형 교육 환경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수강 인원과 수업 목적·상황에 따라 교실을 분할·통합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형 벽체나 폴딩 도어 등을 활용한다.

    과학발명교실·메이커실 등 창의·융합공간, 원격수업을 위한 스튜디오도 마련된다. 옥상 정원이나 다락방·라운지 형태의 휴게실 등 학생·교직원의 휴식을 보장하는 공간도 조성하도록 했다.

    '스마트교실'은 학교 어디에서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모든 교실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도록 무선인터넷을 설치하고, 학생들에게는 학습 프로그램이 탑재된 태블릿·노트북 등 기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기, 3D프린터 등 첨단 학습 기자재도 도입된다.

    또한 친환경 건축 기법을 사용해 태양광·지열을 이용한 에너지 자급자족(제로 에너지) 학교를 조성하고, 텃밭이나 실내 정원‧연못 등 생태교육 공간을 마련해 학교 일상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