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국경장벽 건설 중단' 지시… 前 이민세관단속국장 "모든 게 정치, 역겹다"
  •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첫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리 기후변화 협약 복귀, 연방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등에 관한 행정명령을 비롯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뉴시스
    ▲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첫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리 기후변화 협약 복귀, 연방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등에 관한 행정명령을 비롯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나라를 덜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그에게는 공공 안전보다 정치가 우선이다."

    마크 모건 前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장이 바이든 신임 행정부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방침에 대해 이같이 혹평했다. 모건 전 국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2019년 5월부터 이민세관단속국장으로 재직하며 불법 이민자 단속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과거 2016년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는 국경순찰대장도 지내, 불법 이민자 문제에 정통한 인사로 꼽힌다.

    모건 전 국장은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 설치를 공개 지지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강력 대처에 적극 호응했다. 미국 내 우파성향 매체인 '브레이트바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을 뒤집는 것과 관련해 모건 전 국장의 우려를 담은 기사를 23일(현지시각) 톱기사로 보도했다. 불법 이민자 대응노선을 급속히 유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보수 시민들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취임한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이날 바로 취임 국경 장벽 건설 중단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평가다.

    모건 전 국장은 브레이트바트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모건 전 국장은 "신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보호 의정서'(MPP·Migrant Protection Protocol)를 종료하고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했는데, 이는 미국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MPP는 망명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신청자들을 본국에 머물게 하도록 한 정책이다.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멕시코에 머물게 하는 효과로 인해 '멕시코 잔류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일(현지시각) 미 국토안보부는 "21일부터 멕시코 잔류 프로그램의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추방 명령을 받은 불법이민자에 대해 명령을 집행하는 것도 10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모건 전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정치적 동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모건 전 국장은 "새 행정부가 이민세관단속국이나 국경순찰대 등 전문가들과 일절 상의도 없이 이렇게 빨리 결정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팀(이민세관단속국)이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국경 장벽의 효과에 대한 팩트·데이터·분석 결과를 보고했다는 걸 알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울타리(국경 장벽)을 때리며 이 나라를 덜 안전하게 만든 것은 순전히 정치"라고 비난했다.

    모건 전 국장은 "거듭 말하지만 국경 장벽은 단순히 벽이 아니라 인프라·기술·단속 인력이 결합된 다층 전략의 일환"이라며 "장벽만이 중앙아메리카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건 전 국장은 이어 "내가 임기 중에 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법과 질서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것은 위대한 미국의 주권과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너무나 절망적"이라며 "내가 보기에 이것은 모두 정치다. 모든 게 정치다. 그와 같은 정치 때문에 우리나라는 덜 안전하게 됐다. 역겹기만 하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