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징역 2년6월 선고… 법조계 "예상 빗나간 판결, 朴 판결 영향 큰 듯"
  • ▲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혐의 관련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감형 요건으로 제시했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상 외의 판결에 재계는 물론 법조계도 발칵 뒤집혔다.  

    "준법감시위 실효성 불충분" 판결 갈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하고 이 부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은 징역 5년, 2심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50억원을 포함해 총 8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남은 것은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재판 초기 이 부회장 측에 준법감시위 설치를 권고하며 양형 요건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의 지속성과 실효성이 보장되면 감형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즉각 재판부의 권고사항을 실행에 옮겼다. 이 부회장은 2019년 2월5일 준법감시위를 설치했고, 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 11일에는 준법감시위원들과 만나 '정기 면담'을 약속했다. 또 2019년 5월6일에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경영권 세습 포기선언까지 하는 등 파격행보를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특검은 "재판부가 사건과 별개의 사안으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려 한다"고 의심하며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에서는 재판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는 해석이 공공연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 작량감경을 통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막판에는 이 부회장을 선처하라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빗발치면서 여론의 관측도 집행유예로 기우는 양상이었다. 

    재판부 "이 부회장, 적극적으로 뇌물 공여"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은 이 범행 당시에도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분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삼성) 최고경영진 뇌물 횡령죄의 연장선"이라며 "우리나라 최고기업이자 혁신기업인 삼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 범죄에 연루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새로운 준법감시위 설치도 실효성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준법감시는 법적 위험의 평가를 통해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현재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가능한 선제적 감시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봤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정상윤 기자
    또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이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제공했고, 묵시적이지만 승계작업을 위해 대통령 권한 사용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본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86억8000만원의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소극적으로 응했다"는 그간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전자로부터 횡령해 뇌물을 공여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명의로 후원을 요구했기 때문인 점, 피해액 전부를 회복한 점,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할 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고 "또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운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감형 사유를 덧붙였다. 

    이재용, 판결 직후 "할 말 없다" 진술 거부 

    법조계에서는 "예상도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느 재판이든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정황상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읽혔다"면서 "아마도 지난주(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와 관련해 중형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가 판결문에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취지로 판단했고, 최순실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며 "(이 부회장의) 재판부가 이를 간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과 특검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다면 재상고심을 제기할 수 있다. 먼저 마무리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재판도 재상고심 끝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재상고심이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의 경우에도 재상고심에서 판단이 달라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과 특검 모두 재상고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 중 진술 기회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 종료 후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