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정’ 두고 공산당 기관까지 출동… 라디오 아나운서 “김치, 조선족 전통음식에 불과”
  • 중국의 '김치공정'에는 공산당 전체가 달려들고 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 김장하는 것을 두고 '파오차이 만드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주재 중국대사 트위터 캡쳐.
    ▲ 중국의 '김치공정'에는 공산당 전체가 달려들고 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3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 김장하는 것을 두고 '파오차이 만드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주재 중국대사 트위터 캡쳐.
    김치를 자기네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김치공정’이 도를 넘었다. 공안과 사법기구를 감독하는 공산당 중앙기관이 나서는가 하면, 한 지방 방송 아나운서는 ‘김치 논란’과 관련해 “소국이 이웃 대국에 무례하게 굴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망언을 했다.

    라오닝성 지방 라디오 아나운서 “소국이 이웃 대국에 무례하면 나라 망할 수도”

    중국 랴오닝성 라디오 아나운서 ‘주샤’는 지난 13일 SNS 웨이보에 ‘김치공정’과 관련한 1분34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주샤는 “최근 중국 유튜버가 파오차이(泡菜·발효하지 않은 중국식 채소절임)를 담그는 영상을 두고 한국에서 논란이 일었다”며 “같은 음식이라도 나라가 다르면 의미도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한국식 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식 ‘파오차이’라고 우겼던 중국 유튜버 ‘리츠치’의 영상을 말하는 것이었다. 

    ‘리츠치’는 팔로어 1400만 명의 인기 유튜버로,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샀다.

    주샤는 “중국에서 김치는 조선족이라는 한 소수민족의 전통음식에 불과하다”며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잔칫상에 파오차이가 올라오면 손님들이 그냥 가버릴 수도 있다. 자신을 파오차이만큼 하찮게 대접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샤는 또 “중국은 전통음식이 많기 때문에 파오차이 하나를 위해 따로 냉장고를 갖추는 것도 불필요하다”며 비웃었다.

    이후로도 주샤는 계속 비웃는 표정으로 “소국이 이웃 대국에게 무례하게 굴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며 “모르면 책을 좀 읽으라”고 막말을 해댔다. 

    한비자가 말한 ‘십과(十過)’ 가운데 열 번째 “나라가 작은데도 다른 나라에 무례하고 간언하는 신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빗대 '한국도 중국에 무례하게 굴면 망할 것'이라고 협박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 정법위 “김치를 최초로 만든 중국은 한국에 맞서 싸워야”
  • 중국의 '김치공정'을 보다 못한 농림축산식품부가
    ▲ 중국의 '김치공정'을 보다 못한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와 파오차이는 다르다"는 자료를 트위터에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 공식 트위터 캡쳐.
    중국 공산당 중앙권력기관도 ‘김치공정’에 나섰다. 중국 공안과 사법기관을 총괄감독하는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이하 정법위)는 지난 13일 SNS 위챗에 “유튜버 리즈치가 김치 담그기 영상 때문에 한국 네티즌의 집중공격을 받는다”며 “김치를 처음 만든 중국은 (한국인의 공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은 김치 수입량의 99%를 중국에 의존해 자기네 언론조차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냐’고 외칠 정도”라며 “(한국이 김치를 놓고 중국과) 사사건건 다투며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법위는 주장했다. 

    정법위는 이어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김치공정’ 관련 질문에 “나는 잘 모르겠다”고 피한 일을 언급하며 “중국이 (김치가 한국음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웃을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문화적 자신감과 힘 때문”이라며 “(한국과 같은) 자신감 부족은 의심을 낳고 각종 피해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난해 11월 ‘파오차이’ ISO 인증 받자마자 ‘김치공정’

    이 같은 중국의 ‘김치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쓰촨성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표준인가(ISO 24220)를 얻었다며 “중국의 김치는 이제 세계 김치의 기준이 됐다”고 자랑했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김치는 중국 파오차이의 일종”이라고 열심히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김치공정’을 두고 영국 BBC는 ‘오보’라고 지적했다. ‘파오차이’와 ‘김치’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실제로 ISO 인증을 받은 중국 음식은 ‘Paocai’로 표기되고 “해당 식품규격은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반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01년 한국 김치를 국제표준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민간 사이버 외교단체 ‘반크’는 지난 11일 중국의 ‘김치공정’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가 지난해 7월 발표한 훈령 제427호를 개정해달라”고 국립국어원과 한국관광공사 등에 요청했다. 

    해당 훈령은 ‘공공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영어·중국·일본어)’이다. 훈령에는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음식명의 관용적 표기는 그대로 인정한다”며 그 예로 ‘김치찌개’를 ‘파오차이탕(泡菜汤)’이라고 번역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