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전형에도, 입시전형료 1건당 4만7806원… 대학들 "용도 제한적, 돈벌이 목적 아니다"
  • ▲ 지난해 12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지난 11일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쳤다. 학생들은 '입시 전형료'가 너무 비싸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지난해 12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지난 11일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쳤다. 학생들은 '입시 전형료'가 너무 비싸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수시모집에 이어 이번 정시모집 원서 접수까지 마친 학생들은 "입시전형료(원서비)가 너무 비싸다"며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입시전형료 인하 방안 마련'을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원서 접수를 시작해 12월에 전형을 매듭지었다. 수시는 학생 1인당 최대 6개 대학까지 응시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수시 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 그 대학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정시 지원이 불가능하다. 수시에 응시한 모든 대학에서 떨어져 정시 원서를 내거나 정시에만 집중한 학생들은 지난 11일 원서 접수를 마쳤다. 정시는 가·나·다 군별로 1개씩 총 3개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다.

    학생들 "등록금도 부담인데 원서비까지"

    원서 접수를 한 학생들은 대학의 입시 전형료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는 거 같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이 거둔 전형료 수입 총액을 총 지원자 수로 나눈 원서 1건당 입시 전형료는 4만7806원이다. 2018년 4만7497원, 2019년 4만7687원에 이어 2년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 정시 지원을 한 김영찬(20)씨는 "단순히 원서비만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일 수도 있지만 대학 입학 후에 들어갈 등록금과 교재비 등을 고려한다면 정시 원서 접수에 쓰는 15~20만 원은 학생 입장에서 상당히 큰 금액"이라며 "주변에 수시 원서 접수 6군데 해서 다 떨어지고 정시 지원하는 친구가 있는데 원서비로만 60만 원 가까이 써서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고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오 모씨는 "4년제 대학에 가는 애들이야 지원 횟수 제한이 있어 원서비 쓰는 게 한정돼 있지만 나처럼 전문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횟수 제한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많이 원서를 넣다 보면 원서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던 것 중 하나가 대학 입시전형료"라며 "교육부가 대학들과 협의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2017년 원서 1건당 5만1919원이었던 입시전형료가 2018년 4만7497원으로 4000원가량 인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2년 연속 입시 전형료가 다시 오르고 있어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면접 등 대입 전형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입시전형료를 조정하는 대학은 없는 상태다.

    대학들 "입시전형료는 수익 목적 아냐"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은 입시전형료로 1425억8263만 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입시전형료를 번 학교는 '경희대'로 62억5322만 원의 수입을 거뒀다. 이어 중앙대, 성균관대, 가천대, 한양대, 연세대, 건국대, 고려대, 인하대, 단국대 순으로 입시 전형료 수입이 높았다. 원서 접수 1건당 입시전형료가 가장 비싼 대학의 경우 국립은 '한국예술종합학교'(9만3720원), 사립은 '고려대'(9만1538원)가 차지했다.

    수도권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입시전형료 수입은 입시 전형에만 쓸 수 있도록 그 용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대학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받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입시전형료를 반환해주는 등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