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3차 지원금에 설움 날아가" 글-댓글 올리며 "버텨줘서 감사, 보람" 소감글 올린 '노래방 주인' 블로그 보니, 정부·지자체 홍보 777개… 홍보전문가 의혹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지급과 관련한 사연 하나를 소개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소감을 밝힌 가운데, 해당 사연을 올린 네티즌이 자영업자가 아닌 홍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지가 이 네티즌의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확인한 결과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 홍보글이 총 777개에 달했다. 특히 이 네티즌의 블로그는 외교부·국가보훈처·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가 구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선 "노래방 운영 버텨주셔서 감사"… 노래방 업주 맞나?

    박 장관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런 기쁨을 드릴 수 있다니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가슴이 아리다"며 사연 하나를 소개했다. 

    박 장관은 "아침에 눈 뜨니 누가 보내준 카페글 사진"이라며 이미지 한 장을 함께 게시했다.

    박 장관이 소개한 글에는 한 소상공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3차는 일 열심히 하네요. 새벽 3시30분에 입금됐어요'라는 제목으로 쓴 글과 댓글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댓글에는 또 다른 네티즌이 "너무 축하드린다. 저도 3차만 300만원 받았는데, 1·2차 못 받은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현재 제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 중^^"이라고 적었다.

    박 장관은 이 사연을 소개하며 "'노래방에서 좋아서 혼자 노래 중'이라는 대목에서 제겐 눈물 핑. 아 노래방을 하셨구나. '잘 버텨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말밖에"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또 다른 글에서 "'제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 중입니다' 새벽에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입금돼 자축하셨다는 사연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소상공인 여러분! 버텨주셔 감사합니다. 버팀목자금이 진정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중기부가 더 빠르게 꼼꼼히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박영선이 띄운 '노래방 업자' 블로그, 정부가 구독 중

    그러나 자신의 노래방에서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 입금돼 자축했다는 네티즌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면 2017년 11월23일부터 지난 1월2일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777개의 홍보글이 게재돼 있다. 블로그 제목부터 '홍보를 비롯한 여러 가지'다.

    이 블로그의 주인은 지난해 12월20일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홍보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SNS에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홍보하면 55명에게 푸짐한 경품을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행한다.

    지난해 12월5일에는 '6차산업제주국제박람회'라는 제목으로 "6차산업제주국제박람회 게시물 공유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분들을 선정해 에어팟2와 화장품 세트를 팡팡"이라고 썼다. 해당 행사는 제주도가 주최했다.

    또 지난해 10월19일에는 '2020 대한민국식품대전 소문내기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의 식품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2020 대한민국식품대전의 개최 소식을 동네방네 소문내주세요. 소문내기 이벤트에 참여해주시는 분들께는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홍보글을 올렸다. 대한민국식품대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행사다.

    '노래방'이라고 블로그 내 게시글을 검색해도 각기 다른 2개 회사의 노래방 홍보글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 블로그를 구독 중인 목록을 보면 외교부·국가보훈처·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의 블로그와 지자체 및 유명 기업의 공식 블로그 등이 다수 있었다.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은 △집합금지업종 300만원 △영업제한업종 200만원 △일반업종에는 100만원이 지급된다. 단 일반업종은 연매출 4억원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기부 "글 쓴 네티즌, 자영업자인지 확인 안 해"

    박 장관이 사연을 소개한 네티즌이 300만원을 받았다면 집합금지업종을 운영해야 하는데, 해당 네티즌의 개인 블로그에는 홍보 관련 글만 있어 노래방 자영업자가 아닌 홍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안 그래도 이번에 버팀목자금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조회돼 3차 재난지원금을 신청조차 못한 소상공인들도 많다"며 "이런 식으로 국민을 우롱할 수 있는 건지 참으로 황당무계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분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장관이 소개한 사연은 "중기부 담당 부서와 산하 기관인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보고된 게 아닌가 싶다"며 "글을 게시한 사람이 진짜 자영업자인지 아닌지 모니터링하면서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지 보도 이후, 해당 블로그 주인인 네티즌은 뉴데일리에 전화를 걸어와 "정부기관과 지자체 페이스북 이벤트에 개인적으로 응모한 것"이라며 "어머니가 운영하는 노래방 영업을 도와드리고 있을 뿐 홍보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