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열병식 예의주시" 합참 발표에, 김여정 발끈… 통일부, 아무런 입장도 안 내
  • ▲ 지난 12일 제8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뒤 금수산태양궁전의 미이라를 참배하러 가는 지도부. 왼쪽 뒤편 붉은 원 안이 김여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 제8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뒤 금수산태양궁전의 미이라를 참배하러 가는 지도부. 왼쪽 뒤편 붉은 원 안이 김여정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여정이 북한의 새해 첫 담화를 내놨다. 북한 열병식 동향을 파악 중인 군 당국과 정부를 싸잡아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이에 따른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한 북한전문가는 김여정이 개인 명의로 새해 첫 담화를 내놓은 점 등을 지적하며 “직책이 낮아졌다고 위상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文대통령 신년사 발표 이튿날 김여정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라며 김정은의 대남비방을 전했다. 

    김여정은 제8차 노동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곧 대회 성공을 축하하는 여러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열병식을 감시 중인 합동참모본부를 비난했다.

    “(한국군은)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고 조롱한 김여정은 “하여튼 그 동네 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이다. 세상 웃길 짓만 골라 한다.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처신을 할 줄 모르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조롱했다.

    김여정이 문제 삼은 것은 지난 11일 합참의 브리핑 내용이었다. 합참은 “북한이 10일 심야에 열병식을 개최한 듯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한미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여정은 “지구상에 남의 집 경축행사를 두고 군사기관을 앞세워 ‘정황 포착’이니 ‘정밀 추적’이니 하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남조선 당국이 동족에 대해 품고 있는 적대적 시각을 숨김없이 표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文대통령 ‘남북대화’ 바람에 찬물 끼얹은 셈… 통일부는 ‘침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북한을 향해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면서 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이튿날 담화는 문 대통령의 기대 섞인 제안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김여정의 담화와 관련해 13일 통일부의 견해를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는 최근 우한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대면 브리핑을 시행하지 않는다.

    정성장 연구위원 “직책 낮아졌다고 위상까지 낮아진 것은 아냐”

    한편 “김여정이 강등됐다”는 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의 12일 담화에 나타난 직책이 ‘부부장’으로 표기된 점을 보면 공식 직책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럼에도 김여정이 자신 명의로 새해 첫 담화를 발표한 것은 다른 노동당 간부와는 다르게 공식적인 소속과 무관하게 여전히 대남업무를 총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김여정의 이름은 138명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박태성 당 선전선동 담당비서보다는 뒤에 있지만 리영식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성남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장보다는 앞에 호명됐다”며 “따라서 김여정이 제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질적인 위상까지 낮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