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마약 '눈꽃' 언급한 황하나‥ 제3의 마약 공급원 누구?
  •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상윤 기자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정상윤 기자
    지난해 말, 한 여성의 남편이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했고, 이들의 절친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이 사건은 세 사람이 '마약'이라는 공통 분모로 엮여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남성의 중심에 있는 여성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3·구속)였다.

    지난해 12월 24일 사망한 오OO(29) 씨는 불과 두 달 전 황하나와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지금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남OO(29) 씨는 오씨의 절친.

    세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수원 모처에서 거의 동거하다시피하며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하나, 필로폰 '품평'할 정도로 마약에 심취


    경찰이 황하나를 구속수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의 마약 투약 사실을 입증하는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세 사람은 특정 마약의 '품평'을 할 정도로 마약에 깊숙이 빠져있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남씨가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 '바티칸 킹덤'의 마약 공급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지난해 말까지 황하나로 인해 오씨와 남씨가 마약을 접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다.

    관련 사실을 제보한 세 사람의 지인들은 두 사람이 황하나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댔다며 다분히 황하나를 원망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공개된 녹취록을 살펴보면 황하나가 오씨와 남씨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황하나는 최근에 투약한 어떤 마약이 5년 전 투약했던 북한산 필로폰과 느낌이 비슷했다며 '눈꽃(북한산 필로폰 빙두로 추정)'이라는 고급 필로폰의 각성효과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한 친구가 필로폰을 다섯 칸 넣으려고 해 무서웠다"는 남씨의 말에, 황하나는 "세 칸 반 맞는 애도 여기 있다"며 "엄살 피우지 마라"는 말까지 했다.

    대화만 놓고 보면 남씨와 오씨는 '초짜', 황하나는 '베테랑'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중에 '마약 조직원'으로 밝혀진 남씨는 당시 의도적으로 '초짜' 행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씨는 혈관에 주사를 잘 놓지도 못해 경찰로부터 '초보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약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왕 전세계' 조직이 황하나 마약 공급원?


    녹취록에 나온 것처럼 황하나는 2015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있다. 서울 자택 등지에서 일반인 지인에게 매수한 필로폰을 10차례 투약하고, 3년 후엔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약한 혐의까지 더해져 2019년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황하나는 그 이전에도 마약에 손을 댄 경험이 있다. 2009년 12월경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근처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형사입건된 기록이 있다. 하지만 2011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전과에서 누락됐다.

    지인 남씨가 '바티칸 킹덤'의 마약 공급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과적으로 황하나에게 마약을 공급한 세력이 최상위 공급책인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42) 씨의 조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 12일부터 12월 10일까지 필로폰 640g, 엑스터시 6364정, 케타민 3560g, LSD 39장, 합성 대마 280㎖, 대마 90g 등 49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유통해왔다.

    따라서 황하나가 지난해 남씨, 오씨 등과 투약한 필로폰은 박씨의 조직에서 공급받은 마약일 수 있다.

    하지만 황하나는 남씨 등과의 대화에서 북한산 고급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눈꽃'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씨는 필리핀에 거주하며 주로 필리핀산 마약을 국내에 유통시키다 덜미를 잡혔다. 박씨가 북한산 마약까지 취급했을지는 미지수.

    만일 '눈꽃'이 이 조직에서 공급받은 마약이 아니라면 황하나에게는 또 다른 '마약 공급원'이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LA 거주 지인이 황하나에게 '택배'로 마약 공급"


    마약 경험이 풍부한 황하나는 지금껏 여러 루트를 통해 마약을 공급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것만 3곳 이상이다.

    2015년 황하나가 여대생 조OO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을 당시엔 YGX 소속 DJ(오OO 씨)가 마약 공급원으로 활약했고, 2017년에는 중국 마카오에서 마약 공급원 이OO 씨에게 '마약 연예인 리스트'를 건넸다는 기록도 있다.

    또 황하나가 조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부산 오빠'에게 말해 (마약을) 바로 받겠다"고 밝힌 사실도 있다. 이는 황하나가 단순한 매수자 수준을 떠나, 마약 공급원이나 판매·소매책 등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미국 내 한인방송국 'USKN' 보도에 따르면 황하나가 2019년 무렵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들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USKN'의 권혁 기자는 2019년 4월 12일 '권혁이 간다' 코너에서 "LA한인타운에 사는 황하나의 지인들이 미국 내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마약을 받아, 한국에 있는 황하나에게 일반 택배로 마약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약 공급원 역할을 한 지인들의 실명을 거론한 권 기자는 한 제보자를 통해 미국에서 공급책이 마약을 보낼 때 컵라면 스프 봉지 안에 숨기는 방법 등으로 세관 검색을 피한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인스턴트 스프나 우동 소스 대신 '물뽕'을 넣고 밀봉해 한국에 보내기도 하는데, 보통 엑스터시·케타민·코카인·대마초를 한 세트로 묶어 택배로 부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