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감염자 한 명도 없다더니… WSJ "北, 세계백신면역연합에 백신 신청, 유럽에도 타진"
  • ▲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부터 이달 1일 새벽까지 2021년 신년경축공연과 국기게양식, 불꽃놀이 실황을 생중계했다. 사진은 외투와 털모자,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하고 마스크를 쓴 채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광장의 주민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부터 이달 1일 새벽까지 2021년 신년경축공연과 국기게양식, 불꽃놀이 실황을 생중계했다. 사진은 외투와 털모자,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하고 마스크를 쓴 채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광장의 주민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0'이라는 북한이 백신 보급을 국제단체에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4일(현지시각) "북한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GAVI는 빌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00년도에 설립된 비정부기구로,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사업을 한다. 미국은 2020년 한해 2억9000만 달러(3152억원)을 기부했다.

    WSJ의 이 같은 보도는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것이다. GAVI는 북한의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GAVI 대변인은 "현재 개별 경제단위의 백신 수요를 평가하는 중이며, 이달 중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WSJ에 말했다. 우리 통일부는 5일 서면 브리핑에서 "해당 내용은 국제기구에서 확인해 줄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WSJ "北, GAVI에 코로나 백신 신청… 유럽에도 공급가능성 타진"

    GAVI는 이날 "코백스(Covax) 지원기준을 충족하는 92개 저소득 국가 중 86개국이 지난달 세부적인 백신공급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백스는 코로나 백신 보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감염병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북한은 코백스 지원기준을 충족하는 저소득국이다.

    북한은 유럽국가 대사관을 통해서도 백신 공급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WHO에 따르면, 약 1만200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수만 명이 격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WHO는 2021년 1월 4일까지 북한에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발표한 상태다. 

    北노동신문 "초긴장 상태 항시 견지… 방역 고삐 더 조이자"

    그런 가운데 북한은 방역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는 모양새다. 지난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일꾼들의 책임성과 역할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일꾼들은 자신들의 어깨 위에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 걸머져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고 초긴장 상태를 항시적으로 견지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전투의 승패가 지휘관들의 역할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처럼 비상방역사업의 성과 여부도 다름 아닌 우리 일꾼들에게 달려 있다"며 방역 일선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상방역사업에서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며 "단 한 순간의 안일 해이도 허용될 수 없는 비상방역사업에서 우리 일꾼들이 늘 안고 살아야 할 것은 의심과 고민이다"라고 썼다. 
  • ▲ 북한 코로나 확진자가 '0'이라는 WHO 공개 자료ⓒ홈페이지 캡처
    ▲ 북한 코로나 확진자가 '0'이라는 WHO 공개 자료ⓒ홈페이지 캡처
    태영호 "12월 31일 행사 수천명 운집… 방역 성공 자신감인 듯"

    한편, 북한이 실제 코로나 방역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견해가 5일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 경축공연에는 마스크를 쓴 수천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이를 두고 북한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본지 통화에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전에 '신체검사'라고 불리는 질병 검사를 한다. 또 보통 새해를 맞이하는 날에는 집에 머물게 하는 게 통례다"라며 "이 같은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라 상당히 이례적이며,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수천명을 한 곳에 모은 것은 코로나를 감안한다면 더욱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어 "아마 당대회에 참석하는 지역 대표자들은 31일 행사에 나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잠복기를 감안한다면 코로나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해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주민을 동원한 것은 북한이 방역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