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운명" 운운하며 뜬금없는 신년사… 박근혜 '우주 발언' 땐 "사교에 빠졌다" 조롱하더니
  • ▲ 지난 4일 통일부 온라인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는 이인영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일 통일부 온라인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는 이인영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신년사에서 뜬금없이 ‘우주의 기운’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2016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우주의 기운을 모아드릴 테니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조롱했었다.

    이인영 “우주의 기운이 한반도에 집중되며 대전환의 시간 열릴 것”

    이 장관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은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2021년은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이 있었고, 서해 우리 국민 피격사건에 대해 북한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과했으며,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직접 유화적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작지만 남북관계의 진전과 정세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남긴 측면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새해의 첫 달을 맞이하면서 북한의 제8차 당대회, 그리고 미국 대통령 취임 등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정세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할리우드 영화 <토르>를 언급하며 “영화에서는 9개의 세계가 일렬로 정렬할 때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또 강대하게 집중되는데 이것을 ‘컨버전스’라고 한다”고 소개한 이 장관은 “비유하자면 이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저는 북한이 우리에게 보다 긍정적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남북협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만 있다면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본격 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해재난 등 인도적 협력에서 출발해 식량과 비료 등 민생협력으로 확대하고 철도·도로 등의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 협력을 추진하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다”며 “여건이 마련돼 남북대화와 협력이 진전된다면 남북 정상 간 약속과 합의가 전면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이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

    “우주의 기운 모아드릴 테니 국정 손 떼라” 박근혜 조롱

    “우주의 기운이 모인다”는 이 장관의 말은 2021년 남북협력 가능성을 향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장관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우주의 기운’ 운운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롱했던 적이 있다.

    2016년 11월6일 청와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인영 당시 의원도 참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국민 앞에 즉각 천명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외쳤다. 

    당시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기동민 민주당 대변인은 “모든 우주의 기운을 모아드릴 테니 (박 대통령은) 제발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5월5일 어린이날 행사에서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한 말을 비꼰 표현이었다. 이를 제지한 의원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말은 2015년 4월25일 브라질 순방 때 처음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 인사말에서 “브라질 문호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라는 소설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 준다’고 했다”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확신이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은 “대통령이 사교(邪敎)에 빠졌다”느니 “유체이탈화법”이라느니 하며 비난했다. 여기에 동참했던 이 장관이 이번에는 스스로 “우주의 기운이 모인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