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신년인사서 "인권은 인류 보편가치… 대북제재금지법 손봐야"… 체코 "조만간 EU서 논의 이뤄질 것"…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위원회 건물. ⓒ픽사베이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위원회 건물. ⓒ픽사베이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까지 가세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기문 "국제사회 비난 자초… 합당한 후속조치 나와야"

    국제사회 분위기에 밝은 반 전 총장이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반 전 총장은 31일 페이스북에 신년사를 게시하면서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합당한 후속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전 총장은 신년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반인권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미 정치권 일각의 편협한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판을 일부의 움직임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반기문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 강조

    반 전 총장이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언급한 것은, 여당의 이 같은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신장위구르·홍콩 인권침해와 관련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될 때마다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라며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언동은 삼가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세계를 상대로 인권보호와 신장을 위해 진력했던 저로서는 정작 우리나라가 인권문제로 인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체코 외무부 "조만간 유럽연합서 논의 있을 것"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체코 정부가 한국 정부에 이 법을 시행하려는 의도를 물었다"며 "유럽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고 31일 전했다. 한국이 서방세계로부터 중국 같은 반인권국으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다.

    VOA에 따르면, 체코 외무부의 주자나 슈티호바 공보국장은 30일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승인된 해당 조치를 분석하고, 그 기능과 이를 시행하려는 동기를 (한국에) 질문했다"고 밝혔다. 슈티호바 국장은 이어 "조만간 EU 내부에서 해당 조치에 따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체코 외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의 승인을 통보받고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대표들(representatives)과 이 사안과 관련해 소통했다"고 밝힌 슈티호바 국장은 "인권 증진은 체코 외교정책의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슈티호바 국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을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이 보장되고 존중되는 민주주의 정부를 갖춘 나라로 인지한다"고 덧붙였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이 보장되고 존중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가치와 충돌한다는 의미다.

    지난 17일에는 미 의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크스 인권위원회'가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국무부와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며 청문회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영국 등서 비판 분위기 확산… "인권증진이라는 목표 희생돼서는 안 돼"

    23일(현지시간)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남북 외교와 신뢰 구축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북한인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희생해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VOA에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같이 폐쇄된 나라의 주민들에게 편견 없는 뉴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유입하는 일을 지원해 왔다"고 지적한 엥겔 위원장은 ""이 법(대북전단금지법)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측과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우익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전단금지법이 남·북한 모두의 자유에 위협을 가한다'는 논평을 통해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논평은 "12월3일 한국 국회가 시민의 자유를 때렸다(blow)"며 "일부에서는 이를 김정은 정권에 머리를 조아린 것(kowtow)으로 인식한다"고 비난했다. 

    20일(현지시간)에는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이 자국 외무부에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관한 견해를 밝히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벨기에 인권단체 '국경 없는 인권'은 "한국 정부에 항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EU 지도부에 보내겠다"는 으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