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월 국가안보실 박철민 비서관 방일…“징용배상재판 관련 손실 보전해줄 테니 일본기업 자산 매각하자”
  • ▲ 올해 3월 6일 도미타 코지 주한일본 대사를 초치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일본이 한국발 입국을 막았다는 게 초치 이유였다. 외교부는 그러나 중국의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일절 항의하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올해 3월 6일 도미타 코지 주한일본 대사를 초치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일본이 한국발 입국을 막았다는 게 초치 이유였다. 외교부는 그러나 중국의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일절 항의하지 않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지난 10월부터 국가안보실 소속 비서관을 두 차례 일본에 보냈다고 중앙일보가 10일 보도했다. 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청와대가 또 담당 부처를 제치고 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분게이슌주'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 두 차례 방일”

    중앙일보는 지난 9일 발간된 일본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芸春秋)' 2021년 1월호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며 내용을 소개했다. 

    '분게이슌주'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0월과 11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휘하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을 극비리에 일본으로 보냈다. 방일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였다.

    박 비서관은 10월11일 방일해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다. 매체에 따르면, 박 비서관이 다키자키 국장에게 “강제징용 피해 배상과 관련해 일본기업 자산이 매각되면 즉각 한국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다키자키 국장은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한 즉시 이를 현금으로 보전하는 일이) 바로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그 집행을 인정하라는 말 아니냐”며 단박에 거절했다고 한다.

    다키자키 국장의 반응은 예견된 것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9월24일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일본기업의 자산 매각을 막지 않는 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에도 박 비서관은 11월19일 다시 일본을 찾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에 간 지 아흐레 뒤였다. 

    박 비서관은 다키자키 국장 외에 일본 정보기관 관계자들도 만났다. 이들에게 일본·북한 관계, 스가 정권의 대북외교 관심도 등을 파악하고, 북한 문제에 한일이 협력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간사장과 의형제인 국정원장 제안도 일방적 취소

    박 비서관은 지난 10월28일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도 다키자키 국장을 비밀리에 만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외교부를 빼고 한일관계를 다룬 셈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이처럼 담당 부처를 제치고 직접 일을 처리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7년 10월 북한의 흥진호 나포, 2019년 11월 탈북 북한어민 강제북송, 지난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이 대표적이다.

    매체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한일관계 복원 노력도 외면했다. 박 원장은 11월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2021년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국·일본·미국·북한 4자 회담을 개최하자. 그리고 이때 문재인-스가 공동선언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곧바로 연락해와서는 ‘박지원 원장의 제안은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박 비서관은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서울대를 나와 외무고시 23회를 거쳐 입부했다. 유엔대표부 참사관, 외교부 국제기구 협력관, 유럽국장 등을 지낸 유럽통이다. 포르투갈 주재 대사이던 2019년 3월 청와대로 들어왔다. 청와대는 12월 초 박 비서관을 헝가리 대사에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