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시험시 코로나 대규모 교내 감염 우려… "비대면의 경우 부정행위 대책도 마련해야"
  • ▲ 서울 서대문구의 연세대학교 캠퍼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서대문구의 연세대학교 캠퍼스. ⓒ권창회 기자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에서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국적으로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 시험 시 대규모 교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학들은 속속 시험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추세지만, 부정행위와 공정성 시비 등 비대면 시험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줄일 대안은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2학기 기말고사가 예정돼 있다. 기말고사 지침은 대학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시험 방식을 교수 재량에 맡기거나 전면 비대면 방침으로 가닥을 정했다. 연세대는 이번 기말고사를 모두 비대면으로 치르기로 했다. 성적 처리 방식은 절대평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강대는 대면·비대면 시험 여부를 교수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경희대는 기말고사 방식을 대면·비대면 중 선택하기로 한 지침을 철회하고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대학가, 비대면 전환·교수 재량 등으로 시험 방식 '무게'

    고려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만 전면 비대면 수업과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5단계 이하에서는 제한적 대면 수업·시험이 원칙이다. 다만 전공·수업별 협의를 통해 과제물 대체 또는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대학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학교는 대면 원칙을 비대면 원칙으로 전환하고, 교수와 학생 간 협의를 통해 그 외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역당국 기준을 따라간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기말고사가 남은 만큼 내부 의견을 수렴해 시험 원칙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세운 홍익대도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는 대면 시험이 원칙"이라며 "비대면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씨는 "기말고사가 모두 대면으로 치러질 예정인데 시험을 보다가 감염이 될까봐 겁난다"며 "감염 확산을 우려해 시험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데 왜 대면 시험을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홍익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학생들은 "시험 기간 집단감염 위험이 크다" "학교 인근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교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는데 대면 시험이 말이 되나" 등의 우려를 표했다.

    앞서 이 대학 인근에 있는 홍대새교회에서는 1일 기준 146명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이 대학 제2기숙사에서도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대면 시험 시 부정행위, 공정성 시비 가능성 커"

    이처럼 학생들은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과 교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 비대면 시험 시 부정행위나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학기에는 비대면 시험 당시 서울대와 연세대, 서강대, 인하대 등 여러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해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현재 비대면 시험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대면 평가는 여러 공정성 문제가 생겨날 수 있어 고민이다. 이러나저러나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택적 패스제'에 대한 요구도 나오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는 시험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패스로 이수한 과목은 학점 평균 산출에서 제외된다. 학생은 낮은 학점을 받은 과목을 패스로 전환해 평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학기에는 비대면 시험에 따른 부정행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 이 제도를 실시했다.  

    "대학들 시험 대책 마련해야"…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도 

    물론 선택적 패스제의 부작용도 있다. 패스할 과목은 등한시하고 좋은 성적을 받을 과목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학점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업 성취 기준과 성적 변별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대학들이 패스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 1학기에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은 대학들이 2학기에도 제대로 시험을 치를 대안을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앞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등 학생들은 지난 6월 대학가에서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며 집단 농성에 들어간 바있다.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3학년 이모 씨는 "1학기에도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로 논란에 휩싸이고 학생들의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에 대학들은 뒷짐만 지고 있더니 이번 학기도 무대책"이라며 "학생들이 학습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학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