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명 숨진 스페인독감도 가을에 재확산… 겨울철, 기온·습도 낮아지고 실내 환기 어려워
  • ▲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고 실내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국내에서 우한코로나(코로나19) '3차 유행'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20세기 5000만 명이 숨진 스페인독감도 여름을 지나며 약해지다 가을에 다시 확산한 '2차 유행'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코로나가 같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신규 확진자는 191명→205명→208명→222명→230명→313명 등으로, 최근 5일간 200명을 넘어서며 증가 폭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감염 확산세를 꺾기 위해 수도권과 광주, 강원 일부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했지만, 감염 고리가 넓게 퍼진 탓에 확산 차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병 양상을 보더라도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유행과, 8~9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 당시에는 대형 집단감염이 발생해 주변에서 N차 감염이 일어나는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족·지인모임, 체육시설, 사우나, 가을 산악회, 직장 등 일상공간에서 집단발병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감염이 번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감염이 얇고 넓게 퍼지는 형국이어서 유행 차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5일 연속 신규 확진자 200명… '스페인독감'도 가을 지나며 확산

    게다가 가을철을 지나며 대규모로 확산한 스페인독감과 마찬가지로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겨울에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 역시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는 가을이나 겨울에 대규모 재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918년 초여름 프랑스에 주둔한 미군 병영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독감은 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여 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8월 첫 사망자가 나온 뒤 미군들이 귀환하며 9월에 미국으로 확산, 총 50만 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은 가을에 급속히 확산, 1919년 봄에는 영국에서만 15만 명이 목숨을 잃는 등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의료계에서는 3차 유행이 퍼지면 기존 환자들에다 코로나19 감염 환자까지 더해져 의료계가 마비돼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페인독감도 봄에는 치사율이 낮았는데 가을에 접어들며 치사율이 높아졌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번 겨울의 유행 규모는 지난 2∼3월, 8∼9월의 규모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그간 의료계에서 경고해왔지만 현재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나 3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워낙 거리 두기가 느슨해졌기 때문에 3차 대유행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17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각국 발표를 취합하는 우한코로나 발생현황(CSSE)에 따르면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5562만7041명, 사망자는 133만8130명에 달한다. ⓒ홈페이지 캡쳐
    ▲ 17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각국 발표를 취합하는 우한코로나 발생현황(CSSE)에 따르면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5562만7041명, 사망자는 133만8130명에 달한다. ⓒ홈페이지 캡쳐
    "3차 대유행 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의료 시스템 붕괴"라고 토로한 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의료체계가 잘 갖춰졌다 하더라도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는 다른 중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더라도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3차 유행이 발생하면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일손이 부족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희생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3차 유행하면 의료체계 붕괴" 우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유행 양상을 보면 감염자는 더욱 폭증할 것"이라며 "기존 1, 2차 유행 때보다 더 큰 규모의 3차 유행이 수도권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과는 다른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보다 감염력이 최대 6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미 우리 주변에는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많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3차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정부가 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 최 회장은 "현재도 일부 병원에서는 감염 환자가 차 있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이미 의료체계가 흔들린다는 증거인데 모든 부담은 현장의 의료진이 떠안고 있다. 정부가 민간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동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17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각국 발표를 취합하는 우한코로나 발생현황(CSSE)에 따르면,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5562만7041명, 사망자는 133만8130명에 달한다.

    국가별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괄호 안)는 미국 1135만9801명(24만8687명), 인도 891만2907명(13만993명), 브라질 591만1758명(16만6699명), 프랑스 208만7183명(4만6346명), 러시아 195만4912명(3만3619명), 스페인 151만23명(4만1688명), 영국 141만4359명(5만2839명), 이탈리아 123만8072명(4만6464명), 멕시코 101만1153명(9만9026명), 일본 12만1247명(1895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