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도수립·인증 쉽지 않아”…서울시 희망하는 국산 드론택시 2028년에나 개발 완료
  • ▲ 지난 11일 중국 유인드론 업체 '이항'의 216 모델이 비행하는 모습. 사람 대신 40킬로그램 짜리 쌀가마니를 실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1일 중국 유인드론 업체 '이항'의 216 모델이 비행하는 모습. 사람 대신 40킬로그램 짜리 쌀가마니를 실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서 ‘드론 택시’ 비행 시연이 있었다. 중국산 드론 택시가 5분 동안 한강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보며, 언론은 “드론 택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드론 택시’가 실제 서비스를 하려면 적잖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국토교통부는 밝혔다. 서울시는 “일단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드론 택시 서비스에는 국산 도심항공교통을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드론 택시, 실제 비행하려면 해야 할 일 많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강변에서 ‘도심항공교통 실증행사’를 가졌다.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인승 드론 택시였다. 중국업체 ‘이항’이 개발한 2인승 드론 ‘이항 216’은 고도 50미터로 떠올라 여의도 한강공원, 서강대교, 밤섬, 마포대교 일대 1.8킬로미터를 두 바퀴 돌았다. 비행시간은 7분이었다.

    ‘이항 216’의 비행을 본 언론들은 큰 기대감을 보였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도심항공교통의 미래를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드론 택시 같은 ‘도심항공교통(UAM)’의 실용화 목표는 2025년”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인 드론택시가 서비스를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사람이 조종하지 않고 자동조종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량 항공기보다 훨씬 높은, 여객기 수준의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충족해야 한다. 무인 드론택시 수십 대가 동시에 비행할 때 이를 관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대책도 있어야 한다. 또한 한반도 곳곳의 비행금지구역이나 비행고도설정 등도 보완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2025년이라는 목표에 맞춰 무인 드론택시를 상용화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국산 드론택시서비스 않는다실증·교육용

    지난 11일 여의도 강변에서의 비행을 보고, 일부 언론이 마치 중국산 드론택시가 곧 서비스를 할 것처럼 비춰진 데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는 “해당 기체는 도심항공교통 연구용 실증기체일 뿐”이라며 “실제 서비스는 국산 기체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기 또한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국산 드론으로 도심항공교통 서비스를 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내년 상반기에 항공분야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도심항공교통 분야 석사 과정을 개설할 예정인데 이곳의 전문인력 양성에 드론 택시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년부터는 드론 택시 기체를 소방용 항공기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 ▲ 한화 시스템이 미국업체가 2500만 달러를 투자해 개발 중인 에어택시 '버터플라이' 모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화 시스템이 미국업체가 2500만 달러를 투자해 개발 중인 에어택시 '버터플라이' 모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5년까지 계획이 잘 진행될 경우에는 국산 기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날 행사에 모형을 선보인 현대차, 한화시스템 등이 기체 개발을 끝내면 이를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2028년에야 기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실제 드론 택시를 타려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울시는 이날 비행한 ‘드론 택시’를 2021년부터 대구, 제주 등 다른 지자체에 보내 비행 시연을 실시하고, 별도의 장소에서 계속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감항인증(항공기 비행에 필요한 안전인증)은 1년짜리 특별인증을 받았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단 국민들에게 선은 보였지만…중국산 드론에 쌀가마니 태운 이유

    이처럼 국토부나 서울시 모두 중국산 드론 택시가 당장 서울 상공을 날아다닐 가능성은 일축했다. 해당 기체가 중국 이외 나라에서는 정식 감항인증을 받지 못한 것, 즉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풀이됐다.

    이항 측은 2017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시험비행 2000회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조차 올 들어서야 여객용 감항인증을 받았다. 중국 외에 감항인증을 해준 나라는 노르웨이 뿐이다. 캐나다는 지난 7월 퀘벡주 한정으로 시험비행만 가능한 특별 감항인증을 해줬다. 1인승 드론택시에 사람을 태우고 비행을 했다지만 회사의 영상만 있다. 올해 1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있었던 시연에서도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 시연행사에서도 사람을 태우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국토부 반대로 쌀가마니를 싣고 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의 드론 택시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지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갖는다. 이항 측은 1인승 드론택시 비행 영상을 공개한 뒤 2017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드론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하지 못했다. 이항 측은 또한 프랑스 리옹시, 스페인 릴리아시, 호주 항공기업 FACC와 협약을 맺고 계속 드론 택시를 개발 중이지만 서비스를 하는 곳은 아직 없다. 이항 측은 대신 언론의 주목을 받은 덕분에 지난해 12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