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니카이 자민당 간사당과 의형제…DJ 존경한다는 바이든과 30년 인연
  • ▲ 박지원 국정원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지원 국정원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 일본을 방문했다. ‘의형제’라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도 절친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 바이든 당선인, 세 사람 모두 친중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커넥션’을 이루면 한미일 모두 친중편향적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자민당 실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일본 TBS는 지난 3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내주 일본을 찾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다키자와 히로아키 내각정보관(일본 정보기관 내각조사실 책임자) 등을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박지원 원장은 보도대로 8일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스가 정부 2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가 요시히데 내각관방장관을 총리로 옹립한 실력자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 등장하는 미노베 케이지 진정당 간사장이 그의 영향력을 모델로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니카이 간사장은 장쩌민 때부터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때문인지 자민당 내에서 반중 바람이 불면 그가 진압한다. 지난 7월 중국이 홍콩에서 보안법을 시행하고 시민들을 탄압할 때 자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이 “시진핑의 방일을 거부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 니카이 간사장의 반대로 무마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과 박 원장과의 인연은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선언부터라고 한다. 이후 1999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 장관급 회의에서 양국 문화체육 담당 장관으로 본격적으로 친해졌다. 한국의 일본문화 개방, 2002년 한일 월드컵 협력이 두 사람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39년 2월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난 니카이 간사장은 3살 아래인 박 원장과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이 간사장은 박 원장이 대북송금사건으로 수감됐을 때 직접 교도소를 찾아 면회를 하고 내복을 넣어주기도 했다. 2018년 박 원장이 상처(喪妻)를 했을 때 아들을 보냈다. 2019년 니카이 간사장이 상처를 하자 박 원장이 직접 조문을 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던 지난해 6월 니카이 간사장은 한국 의원 가운데 박 원장만 따로 만날 정도로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박지원과 조 바이든, 김대중 전 대통령
  • ▲ 조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 청와대를 예방해 고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 조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시절 청와대를 예방해 고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캡쳐.
    박 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도 30년 넘게 알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시작한 박 원장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 망명 생활을 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당선인도 이때부터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내에서 김 전 대통령의 조력자로 활동했다. 그는 이후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김 전 대통령을 꼽았다. 박 원장과 바이든 당선인의 인연도 이때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인 2001년 8월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예방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찬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넥타이를 선물 받았고, 이를 ‘대통령이 되는 부적’이라며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 참모들과도 계속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과 잘 알고 지내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여러 사람이 거론되지만 박 원장이 가장 친밀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사람은 1942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국내에서는 “바이든 당선인도 지금의 반중여론 때문에 친중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대선 유세 기간 동안 그는 중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은 그를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 부른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당선인과 대단히 친하다. 지난 10월 22일 미주 중화권 매체 ‘월드저널’에 보낸 기고문을 보면 그는 “보건의료와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중국과 협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주요 직책을 맡을 사람들 또한 “무역 이외 부분에서 협력할 일이 많다”며 중국에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니카이-바이든…한미일 친중파 득세 시대 임박

    이처럼 박 원장과 니카이 간사장, 바이든 당선인에게는 공통분모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둘째는 중국이다. 세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했고, 북한 비핵화를 하려면 과거 6자 회담과 같이 대화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주장하는 대북지원과 남북관계 개선, 김정은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도 세 사람은 상당히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안보 측면에서는 중국을 견제하지만 경제를 위해서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세 사람은 의견이 일치한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블록형성에도 긍정적이다. 우한코로나 극복이나 기후변화 대응,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국제기구를 통한 빈곤퇴치 등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이런 세 사람이 미국 대통령, 일본 여당 실력자, 한국 국가정보원장으로써 힘을 모으면 한미일 세 나라에서 노골적인 친중파 득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