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이사 Y씨,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겸임… 다른 이사 K씨도 11개월간 펀드운용사 임원 맡아
  • 방시혁 빅히트 대표이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 방시혁 빅히트 대표이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후 3644억원어치의 주식(158만주, 전체 주식의 4.5%)을 팔아치워 주가를 폭락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메인스톤 유한회사'와 '특별관계사'에 빅히트의 현직 임원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임원이 관여한 투자목적회사가 거액의 '차익 실현'으로 사실상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빅히트 4대 주주' 및 관계사, 상장 첫날부터 매도… 159만주 팔아 3644억 '현금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인스톤 유한회사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빅히트 지분 120만769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메인스톤은 지난해 11월 자본금 676억원으로 설립된 투자목적회사로, 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에서 빅히트 주식 248만2992주(8.7%)를 매수해 4대 주주가 됐다.

    보호예수에 참여하지 않은 메인스톤은 상장 당일부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 15일과 16일 각각 32만8132주와 61만1496주를 매도한 메인스톤은 지난 19일과 20일에도 각각 6만9365주와 19만1776주를 팔아치워, 4거래일 동안 총 2759억원어치의 빅히트 주식을 현금화했다. 한 주당 평균 매도 단가는 22만9770원. 이로써 메인스톤의 지분율은 3.60%(128만2223주)로 하락했다.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사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도 같은 기간(10월 15·16·19·20일) 빅히트 주식 38만1112주를 처분해 지분율이 2.19%(78만176주)에서 1.12%(39만9064주)로 낮아졌다. 이스톤 제1호는 한 주당 평균 23만2296원에 주식을 팔아 885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사모펀드 운용‥ 빅히트 분산 투자


    지난 15~20일 빅히트 지분 158만주를 매도해 총 3644억원을 거둬들인 메인스톤과 이스톤 제1호는 사실상 '한몸'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주소(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 XX)가 동일한 데다 두 곳 모두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메인스톤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톤 뉴메인 제2호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 합자회사'인데, 이스톤 뉴메인은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자로 돼 있다. 또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메인스톤의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권도 갖고 있다.

    게다가 이스톤 제1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 역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다.

    따라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메인스톤과 이스톤 제1호라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빅히트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대표이사가 빅히트의 임원 Y씨라는 점이다. 빅히트에서 비상근으로 경영자문을 맡고 있는 Y씨는 이번에 빅히트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금융전문가로 알려졌다.

    빅히트 이사 Y·K씨, 사모펀드 운용사 관여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는 빅히트의 또 다른 미국 국적 임원도 비상근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가 5개월 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재 빅히트에서 미등기 이사로 재직 중인 K씨는 지난해 6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의 이사로 취임했다 지난 5월 사임했다.

    금융감독원에 등재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사'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이스톤 제1호, 이스톤 뉴메인 외에도 '뉴메인에쿼티'라는 회사가 더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뉴메인에쿼티는 메인스톤의 대표인 '다른 K씨'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뉴메인에쿼티는 이스톤 제1호와 이스톤 뉴메인의 대표자(공동업무집행사원)로도 등재돼 있다.

    메인스톤과 이스톤 제1호, 이스톤 뉴메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 건물 20층의 한 사무실에, 뉴메인에쿼티는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20의 건물 11층에 입주해 있다.

    '따상 신화' 하루 만에 와르르… 5거래일 연속 폭락


    앞서 코스피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2배 가격인 27만원에 거래를 시작한 빅히트는 한때 35만원대까지 주가가 폭등했다가 메인스톤을 비롯한 '기타법인'과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5거래일 연속 폭락을 거듭했다. 상장 직후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49%에 달한다.

    22일 전날보다 0.56% 오른 18만원에 거래되면서 상장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것)'을 기록한 상장 첫날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다.

    보호예수 묶인 '기관 물량' 152만주, 내달부터 해제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빅히트의 4대 주주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다, 다음달부터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의 의무 보호예수도 해제돼 기관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달부터 시장에 풀리는 보호예수 물량은 152만7000주에 달한다.

    상장 첫날부터 매도세를 주도한 메인스톤과 특별관계사도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이들이 또다시 매물을 토해낼 경우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인스톤과 특별관계사들이 보유한 빅히트 잔여 물량은 168만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