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KFX 개발 분담금 납부 미뤄온 인니, 오스트리아에 중고 타이푼 구매 의사 밝혀
  •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편대비행하는 모습. ⓒ영국 국방부 공개영상 캡쳐.
    ▲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편대비행하는 모습. ⓒ영국 국방부 공개영상 캡쳐.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에 참여하기로 한 뒤 “돈이 없다”며 5000억원의 개발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오스트리아에 중고 유로파이터 타이푼(이하 타이푼) 구매 의사를 거듭 타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인니 국방장관, 오스트리아에 중고 타이푼 15대 구매의사 밝혔다”

    이 소식은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8일 클라우디아 탄네 오스트리아 국방장관에게 타이푼 구매 의사가 있으니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면서 “프라보워 장관은 ‘19일까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독일, 프랑스를 방문할 계획인데, 20일 오스트리아 빈에 갈 것이니 각하께서 편하실 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탄네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방어용 장비를 조달하고 있다. 일전에 제안한 타이푼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7월에도 탄네 장관에게 “중고 타이푼 15대 구매를 공식 검토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프라보워 장관의 편지에는 ‘탄네 장관이 지난 7월 서한에 대해 9월 답장을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오스트리아도 중고 타이푼 판매에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서한을 입수한 뒤 국방부에 프라보워 장관의 해외순방 일정에 대해 물었지만 미국 방문 일정만 확인 받았을 뿐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인니, 전력증강사업 계획 때문에 중고 타이푼 구매”

    신문은 “프라보워 장관이 MEF(Minimum Essencial Force, 최소핵심전력) 계획 때문에 오스트리아 측에 접촉을 시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MEF 계획은 2024년까지는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현대식 전력을 확보한다는 인도네시아 국방 현대화 계획이다.
  • 2019년 10월 공개한 KFX의 모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10월 공개한 KFX의 모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MEF 사업의 진행률이 2019년 2분기를 기준으로 63.19%에 불과하다는 점.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대로면 그때까지 75.54%를 달성했어야 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새 전투기가 아닌 중고 전투기를 구매하려는 이유도 2024년까지 MEF 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새 전투기를 지금 당장 구매 계약을 하더라도 최소 3년 이후에나 인도받을 수 있는 반면 중고 전투기는 수입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2~24개월에 불과해 전력화를 대폭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군사전문매체 “인니 국방부, 비용 들어가는 건 크게 신경 안 쓰는 듯”

    인도네시아가 KFX 개발 분담금을 내지 않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개발 중인 KFX는 아직 실물이 없다. 아무리 빨라도 2026년에야 양산을 시작한다. 가격도 해외 수출이 잘 된다고 상정할 경우 대당 단가가 7000만 달러(800억원)지 생산대수가 줄어들면 1억 달러(1100억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중고 타이푼은 대당 단가가 1억 달러 미만으로 추정된다.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월드넷’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가 오스트리아의 중고 타이푼을 구매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미국 국무부는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8대를 인도네시아에 20억 달러(2조2900억원, 대당 평균 1430억원)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즉 인도네시아는 지금 ‘시간’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