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험발사 단거리 미사일 외 신형전차·자주포·보병전투차 등장…개인화기·장구도 변화
  • 북한 심야열병식에 등장한 지대공 미사일 KN-06(번개 5호). 러시아제 S-300SP를 개량한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심야열병식에 등장한 지대공 미사일 KN-06(번개 5호). 러시아제 S-300SP를 개량한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지난 9일 오후 7시 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 열병식 모습을 녹화 방송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전 세계의 눈길을 끈 것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었다. 하지만 적화통일을 위한 재래식 무기들 또한 전반적으로 개량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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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병식에는 지난해 북한이 시험발사를 했던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부터 북한판 에이태킴스,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 조종 방사포가 다양한 차량에 얹혀 등장했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는 4연장, 5연장, 6연장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장착한 모습을 드러냈고, 러시아제 BM-24와 유사한 12연장 240mm 다련장 로켓(M-1991)도 새로운 차량에 장착해 공개했다. 이는 북한이 단거리 타격수단으로 스커드나 프로그-7 같은 구형 무기를 도태시키고, 새로운 무기로 대체하고 있으며, 무기 모듈화를 통해 다양한 운반차량·발사대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신형 탱크, 중국 인민해방군의 98식 또는 99식 탱크 기술을 대거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중국의 수출용 탱크 ZT-4와 비슷하다. ⓒ북한선전매체 캡쳐-뉴시스.
    ▲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신형 탱크, 중국 인민해방군의 98식 또는 99식 탱크 기술을 대거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중국의 수출용 탱크 ZT-4와 비슷하다. ⓒ북한선전매체 캡쳐-뉴시스.
    탱크와 자주포도 신형을 공개했다. 탱크는 중국의 수출용 ZT-4(MBT 3000 개량형)와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었지만 그 원형이 되는 중국산 T-98 또는 T-99의 기술을 대거 차용해 개량한 형태로 보였다. 주포는 125mm로 추정되며, 양 옆에는 소형 미사일 또는 능동방어체계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산 ZT-4가 독일산 레오파드-2급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도 K-1이나 M-1과 같은 3세대 전차를 보유했음을 보여준다.

    자주포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155mm PLZ-05와 매우 흡사했다. 만약 성능도 유사하다고 가정할 경우 사거리 연장탄을 쓰면 53킬로미터까지 사정권에 든다. 중국은 현재 사거리 100킬로미터의 155mm 포탄을 개발 중이다.
  •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보병전투차. ⓒ북한선전매체 캡쳐.
    ▲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보병전투차. ⓒ북한선전매체 캡쳐.
    미군 고기동 장갑차 스트라이커와 비슷한 신형 보병전투차도 등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 스트라이커를 베껴서 만든 08식 장갑차를 개량 또는 카피한 것으로 보였다. 4축 8륜의 08식 장갑차는 7~10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으며, 105mm, 122mm, 155mm 포탑이나 35mm 대공포,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북한군, 개인장비도 서방 흉내 낸 중국 인민해방군 닮아

    북한군 개인장비도 달라졌다. 열병식에 등장한 개인장구가 현재 북한군 전체에 보급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목표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멀티캠 위장무늬 군복을 입은 북한 경보병 부대 병사. AK-101로 추정되는 소총에는 도트사이트와 플래시가 달려 있고, 통신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북한선전매체 캡쳐.
    ▲ 멀티캠 위장무늬 군복을 입은 북한 경보병 부대 병사. AK-101로 추정되는 소총에는 도트사이트와 플래시가 달려 있고, 통신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북한선전매체 캡쳐.
    열병식의 북한군은 AK계열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형태는 5.56mm 구경의 AK-101과 매우 흡사했다. 특수부대로 추정되는 병사들은 핼리컬 탄창을 장착한 AK-74U 또는 소음기를 장착한 AK 소총을 들고 나왔다. 헬멧에는 야시경이 달려 있었다. 불펍소총(급탄이 노리쇠 뒤편에서 이뤄지는 소총)을 든 병사도 보였다.

    군복도 바뀌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을 연상시키는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과 멀티캠 위장무늬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등장했다. 디지털 위장무늬는 각 부대의 특성에 맞춰 시가전용, 야전용 등으로 조금씩 달랐다. 멀티캠 위장무늬는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른, 중국식 ‘전지형 멀티캠(All terrain multicamo)’에 가까웠다. 사회안전성 소속 무장기동대(경찰특공대에 해당)는 검은색 복장을 갖췄다. 헬멧 또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방 국가에서 사용했던 프리츠 형태를 썼다. 여기다 방탄복도 서방식 바디아머 형태를 갖췄다. 화생방 부대는 신형 침투보호의와 방독면을 장착했다.

    대북제재 어떻게 뚫고 전력 업그레이드 했나 의문

    북한이 9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장비들을 보면, 핵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에서도 대거 성능 향상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형 군복 등 개인 장구류와 기갑전력, 각종 차량 등은 외부에서 원자재와 기술을 수입하지 못하면 생산이 어려운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열병식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김정은 정권을 지탱해주는 세력이 중국과 관련이 깊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장비 대부분이 중국북방공업(NORINCO)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