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 열려… 강도높은 검문에 시민들 '눈살'법원 조건부 허가로 진행… 경찰, 병력 1만여명 동원해 검문·검색 강화
  •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기륭 기자
    ▲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예고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가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기륭 기자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차량 시위(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개천절인 3일 진행됐다. 경찰은 돌발적인 집회를 통제하기위해 서울 도심에 90개의 검문소를 설치하고 180개 중대 1만1000여명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특히 광화문 일대에만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 800명을 배치해 집회 참가자 집결을 원천 봉쇄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애국순찰팀 관계자들은 차량 9대를 이용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청을 출발했다. 방송차를 포함한 차량 9대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비판하는 스티커가 붙었다. 

    보수 시민단체, 윤미향→ 조국→ 추미애 자택 이동하며 차량 시위

    이들은 서울에 입성하기 전 정의기억연대 활동 시절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원 권선구 자택을 방문해 윤 의원을 규탄했다.  

    이후 애국순찰팀은 낮 12시경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 중인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도착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방역조치를 규탄하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했다. 

    애국순찰팀은 오후 1시 55분경 우면산 터널을 통과하고 오후 2시 10분경 조국 전 장관의 자택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에 도착했다. 9대의 차량이 통과한 우면산 터널 입구에서는 경찰이 검문소를 설치해 시위 차량의 탑승인원과 번호판 등이 신고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별도의 기자회견은 열지 않은채 조국 전 장관 자택과 추미애 장관 자택앞에서 경적을 울리며 이동했다. 이를 두고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구민회관 인근에서 개천절 차량집회에 참여했다. ⓒ권창회 기자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구민회관 인근에서 개천절 차량집회에 참여했다. ⓒ권창회 기자
    집회 참석한 김문수 "지금이 제 인생 최고 계엄령 상태" 정부 비판

    또다른 보수 단체인 새로운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공영차고지까지 15km 구간을 이동하며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집회에 참석한 차량 9대는 오후 1시 30분경부터 굽은다리역 홈플러스 앞에서 줄지어 대기했다. 

    경찰은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차량 시위 참가자들의 신분을 확인했다. 법원의 기자회견 금지 통고에 따라 이들은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는 대신 인쇄된 성명서를 배포했다. 도로는 취재 차량과 시위차 경찰차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오후 2시 10분경 굽은다리역을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까지 이동했다. 한 참가자가 운행 도중 창문을 내리자 경찰이 경적을 울리며 경고하기도 했다.

    차량에는 '추미애는 사퇴하라'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어서 미안해' 등 스티커가 붙었고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세번째 차량에 올라 집회에 참석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궁여지책으로 차량 시위를 하긴 했지만 제약이 너무 많다"며 "계엄령도 겪고 긴급조치도 겪어봤지만 제 인생 최고 계엄령 상태같다"고 질타했다. 

    경찰 과도한 통제로 시민들 볼멘소리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일 드라이브 스루 집회 2건에 대해 조건부 허가 를 결정했다. 법원은 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 목록을 경찰에 제출하고 실제 참가자와 동일여부도 확인하도록 했다. 비대면 방식의 집회 물품 교부와 차량 1인 탑승, 창문을 열기, 구호 제창 불허 등 조건이 다수 붙었다.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차량에서 내릴 수도 없다. 오후 5시가 지나거나 시위 장소에 도착하면 해산해야한다.

    정부와 경찰은 엄정 대응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합법적인 집회는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에 존중하되, 불법집회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오전 7시부터 21개 기동 부대 8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서울시내에 설치된 90개 검문소에서 출입 차량에 대한 검문을 진행했다. 서울 시청역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 경찰 차량 수십대가 차벽을 형성해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거리를 걷는 일반 시민에 대한 불심검문도 이어가다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시민 A씨는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어 식당으로 가는데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면서, 이것 저것 물었다"며 "경찰이 집회를 예방하는데 공권력을 써야지 일반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국은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지하철도 오전 9시 10분경부터 5호선 광화문역, 9시 30분경부터는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