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진 씨 29일 외신기자클럽서 기자회견 '월북 판단' 해경 결론 정면반박… 해경청장 사과·대면 요청
  • ▲ 북한 피격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북한 피격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유가족이 "국가가 애국자였던 동생을 월북자로 몰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해양경찰청 발표에도 국민의 명예를 국가가 스스로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법조계 등에서도 A씨 사망의 원인을 월북으로 몰고가려는 정부의 행태에 "책임회피이자 과도한 북한 눈치 보기"라고 비난했다.

    A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동생이 월북했다고 단정하며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 8년간 일하며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애국자였다"며 "이런 동생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 미래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래진 씨 "정부, 동생 월북 단정하며 범죄로 몰아가"

    이씨는 "동생이 실종돼 해상 표류한 30여 시간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구조에 관한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NLL(북방한계선) 북쪽으로 유입된 뒤인 골든타임 6시간 동안에도 우리 군은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씨는 또 "아무 조치도 못받고 북측 NLL로부터 불과 0.2마일(약 321m) 떨어진 해상에서 체포돼 죽음을 당하는 억울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NLL 이남의 해상표류 행적과 동선, 당국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느냐"며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신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동생 A씨가 월북했다는 해경의 발표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월북이라고 단정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해경 발표는 상당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며 "보통 범죄 구성에서 갖춰야 할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은 없고 '결'만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사건 현장조사를 하고 그 다음에 표류에 관한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이라고 단언, 단정해버렸다"며 해경청장의 사과와 대면을 요구했다.
  • ▲ 북한 피격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북한 피격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앞서 해경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자료와 표류 예측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해경에 따르면, 국방부는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A씨의 이름·나이·고향·키 등 신상정보를 북측에서 파악했던 점, 이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해경은 또 국립해양조사원 등의 표류 예측분석 결과 A씨가 발견된 위치와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어 인위적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A씨가 모두 3억3000만원의 채무가 있었고, 이 중 2억6800만원이 도박빚이라고도 발표했다.

    해경 "이씨 월북으로 판단"… "정부, 책임회피 물타기"

    이씨는 A씨가 2억6000여 만원의 도박빚이 있었다는 발표와 관련 "동생이 그런 부분은 이야기 안 했다"며 "돈 없는 국민들, 서민들의 명예훼손을 국가기관이 스스로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법조계 등에서도 정부가 A씨를 월북으로 몰고가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빚이 있었다는 해경의 발표는 월북의 동기를 설명하려는 것이라 생각해도 상당히 부적절했다"며 "오히려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타기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수 변호사는 "정부가 처음부터 갈팡질팡하면서 불신이 쌓여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해도 안 믿는 상황이 됐다"며 "총체적인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난 것인데 북한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친북성향 인사들에 의해 정부 정책이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북한 눈치 보기가 심해진 결과"이라고 덧붙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남북 분단 이후 월북·탈북자가 그간 총을 맞아 사망한 경우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정부는 왜 이번에 북한이 A씨를 총으로 쏴 죽였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정부가 그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월북으로 몰아가는 행태 역시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계속 무언가를 감추기 때문에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자진월북했기 때문에 죽어도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천인공노할 짓"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은 자진월북하는 사람 쏴죽이는 것이 맞냐고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