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속정~사령부 통신 실시간 감청… 곧바로 靑에 공유했지만, 11시간 뒤 文에 전달돼
  • ▲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사살된 황해남도 장산곶 인근을 순찰 중인 북한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사살된 황해남도 장산곶 인근을 순찰 중인 북한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가 ‘특수첩보(SI)’라며 공개를 거부했던 대북 감청 내용 일부가 드러났다. 군 당국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가 살해될 당시 북한군 고속정과 북한 해군사령부의 통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청했다.

    북한 고속정장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군은 이씨가 황해남도 등산곶 인근 연안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 사이의 교신 내용을 감청했다. 북한군은 이씨를 처음 발견한 뒤 그를 구조할지 어떨지를 두고 논의했다. 

    이후 이씨가 탄 부유물을 밧줄로 연결해 예인하는 식으로 끌고 갔다. 국방부는 이를 두고 “북한군이 이씨를 구조하려 했던 정황”이라고 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바뀐 것은 오후 9시 무렵이었다. 예인하던 밧줄을 놓친 뒤 2시간 동안 수색 끝에 이씨를 찾아낸 북한군 고속정은 해군사령부에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렸다.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하라”고 명령하자 고속정장(상위)은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오후 9시40분 북한군 상부까지 “사살했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이씨 사살 상황 청와대와 즉시 공유… 문 대통령은 11시간 뒤 보고받아

    국회에서 드러난 군 감청 내용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특별정보(SI)이기 때문에 공개는 물론 언급도 할 수 없다”며 기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대북 감청 내용 가운데 암호가 아닌 평문(일반적인 대화)은 SI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북한군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고, 북한 고속정 정장이 그 지시를 한두 번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는 보고받았지만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는 대사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 안팎에서는 “북한 고속정 정장이 해군사령부와 사살명령을 확인하는 대화를 한 것은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한 고속정 정장이 이씨가 붙잡고 있던 부유물을 예인하고, 상부에 ‘사살명령’을 재확인했다는 것은 “우리 영해에 불법침입한 자에 대해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총격을 가했다”는 북한 통지문 내용이 거짓이라는 뜻이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무선통신망을 통해 이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내용을 청와대와 즉시 공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대면보고로 전달받은 것은 23일 오전 8시30분으로, 11시간이 지난 뒤였다.

    국방부, 뒤늦게 "실시간 감청, 사실 아니다" 입장 내놔

    한편 국방부는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할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해당보도를 강하게 부정하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따라서 '사살'이라는 내용으로 유관기관과 즉시 공유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어 "다만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분석하여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