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1시 회의 '사망 첩보' 입수하고도 대응 못해… 靑 "회의 분위기, 내용 알려줄 수 없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5월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5월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23일 새벽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연 관계장관회의에서 "북측에 사망첩보의 신뢰성을 확인한 뒤 발표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북측 견해를 알아보느라 시간을 허비해 그만큼 대응이 늦어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전 1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이 모인 관계장관회의에서 A씨 사망 첩보의 신뢰성과 함께 발표 시점 등과 관련한 의견조율도 이뤄졌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는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신빙성이 부족한 부분은) '우선 북측에 확인해보고, 북한의 반응이 없으면 그때 우리가 분석한 정보로 발표하자"는 쪽으로 회의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29일 보도했다.

    군과 정보당국이 입수한 감청정보(시긴트·SIGINT) 등 각종 첩보를 종합할 때 A씨의 사망에 무게가 실렸으나, 첩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는 설명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북측의 견해를 확인할 방법으로 두 가지가 제시됐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한 통지문 교환 △언론 보도를 통한 북한 반응 끌어내기였다. 실제로 국방부는 23일 오후 유엔사 채널을 통해 실종자 A씨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는 전통문을 보냈고, 언론에 문자 공지를 통해 A씨의 실종 사실만 공개했다.

    靑 "심야회의 시각에는 첩보 불확실한 상태"

    정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심야회의는 새벽 2시30분 끝났고, 사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6시간 뒤 대통령께 정식 보고됐다"며 당시 심야회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첩보가 불확실한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먼저 물어보자'는 의견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의 분위기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사망 첩보를 입수(22일 오후 10시30분)한 뒤 37시간이 지나(24일 오전 11시) 늑장발표한 데는 남북관계 파장과 북한의 처지를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응이 특히 늦어진 것은 과거 '영흥도 낚싯배 침몰사고(2017년)'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2019년)' 때와 비교된다. 

    문 대통령은 낚싯배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3시간 만에 위기관리센터에 도착해 "국민들이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추측성 보도를 막을 것"을 지시했다. 유람선 침몰사고 때는 사고 발생(한국시간 오전 4시5분) 4시간 만인 오전 8시에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활동에 나서라"고 긴급 지시했다.

    文, 과거에는 신속 대응하더니… '늑장대응' 설명 없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발언에는 '송구하다'는 대단히 의례적 표현이 있을 뿐"이라며 "해야 할 어떤 일을 하지 않아 그렇다는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오전 1시에 관계 장관들이 청와대에서 회의를 여는데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며 "그런 중대한 회의가 소집될 상황에 대통령을 깨우지 못했다면 국가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