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사발령·징계 부당… MBC에 미지급 임금 4500만원, 500만원 배상금" 판결
  • ▲ 박용찬 전 MBC 논설실장. ⓒ뉴데일리
    ▲ 박용찬 전 MBC 논설실장. ⓒ뉴데일리
    최승호 MBC 사장 재임 시절 이른바 '적폐'로 몰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박용찬(사진) 전 MBC 논설실장이 MBC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MBC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법원은 '카메라 기자 부당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2018년 5월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 전 실장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에서 "사측은 부당 인사 및 징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금과 미지급 임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박 전 실장이 소위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부당 인사에 관여했다는 사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그에 따른 징계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사측이 근무 부서를 지정하지 않고 보도본부로만 박 전 실장을 발령낸 뒤 '조명장비 비상전원 공급 기계실(일명 조명UPS실)'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불법"이라며 "이에 대한 미지급 임금 4500만원과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檢 "기자 사견 적은 문건으로 인사발령한 증거 없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영상기자회는 2017년 8월 "김장겸 전 MBC 사장과 박용찬 논설실장, 권지호 MBC 기자 등이 MBC 카메라 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한 문건을 작성하거나 이를 인사에 반영한 의혹이 있다"며 이들 세 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에 MBC는 "해당 문건을 작성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히고, 이를 인사권자에게 보고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했다"는 이유로 2018년 5월 18일 권 기자를 해고했다.

    이와 더불어 MBC는 블랙리스트가 반영된 부당 인사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당시 취재센터장이었던 박용찬 실장에게 같은 달 25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권 전 기자가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 '요주의 인물 성향' 등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문건들을 인사권자 등에게 공연히 전달했다는 증거가 없고, MBC 사용자 측이 이 사건 문건들을 활용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거나 카메라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8년 6월 김 전 사장 등 세 명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최승호 등 前 경영진, 불법 인사·징계로 회사에 큰 손실 입혀"


    MBC 노조 관계자는 "이로써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사건'은 실체없는 사건으로 결론났고, 박용찬 실장의 경우 해당 문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 형사에 이어 민사에서도 거듭 입증됐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MBC는 거액의 위자료와 미불임금 소송 비용까지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해고된 권지호 전 기자도 지난 6일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미지급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부실 경영으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최승호 사장 등 전 MBC 경영진이 불법 인사와 부당 징계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추가로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MBC는 2018년부터 인사상 불이익이나 징계처분을 받은 전·현직 직원들과 90여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데, 박 실장 등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직원들에게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일례로 2012년 10월 당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던 현원섭 기자는 지난해 5월 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고, 외주업체 사람들에게 성추행성 발언을 했다는 의심을 사 해고됐던 A국장도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