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때 우리 공격한 北해군 8전대 고속정… 사령부가 직접 전화해 "노고 높이 치하"
  • ▲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가 살해된 곳 인근에서 포착된 북한군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가 살해된 곳 인근에서 포착된 북한군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북한군 고속정부대원들이 표창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관련 여론을 뒤집으려고 김정은이 이씨 사살명령을 내린 것 같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 해군사령부, A씨 쏴 죽인 고속정 편대 치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5일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건 직후 한국 공무원 이씨를 살해한 고속정부대에 ‘노고를 높이 치하한다’는 메시지를 유선으로 전했다”고 북한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북한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씨를 발견한 뒤 상부에 보고하고 살해한 부대는 북한 해군 서해함대 8전대 2편대 소속 고속정”이라며 “8전대는 1999년 6월15일과 2002년 6월29일 연평해전에서 한국 해군 고속정 편대를 공격한 부대”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북한 고속정은 23일 오전 입항했다. 이때 북한군 해군사령부가 직접 전화를 걸어 고속정 편대장(상좌, 중령과 대령 중간 계급)과 정장(상위, 중위와 대위 중간 계급)에게 “노고를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해군사령부가 이들에게 직접 전화로 치하한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군 내부에서는 “조만간 이들에게 표창을 수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씨를 살해한 사건이 “평시임에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해상작전(국경봉쇄작전)”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므로 해당 지휘관들은 향후 승진도 잘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식통 “북한군 내부서는 해군사령부, 김정은 표창 받을 것 관측”

    소식통은 “북한군 내부에서는 해군사령부가 최고사령관(김정은) 명의의 표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예하 부대가 돌발상황에서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게 잘 지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 ▲ 지난 23일 새벽 송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3일 새벽 송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식통은 또 북한군 고속정이 이씨를 발견한 뒤 ‘국경 침입자를 발견 즉시 사살’하지 않고 상부에 보고하는 등 6시간 동안 대기한 점 등으로 미루어  북한군 수뇌부의 지시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고속정 대원들은) 남조선 민간인을 사살해야 한다는 점에 다소 부담을 느끼고 계속 지켜보면서 상부의 지시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여론 뒤집으려 이씨 살해 명령한 듯”

    이 보도를 두고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군 수뇌부가 이씨를 살해한 고속정부대를 치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김정은이 관련 부대를 표창하는 것은 현재 남북관계로 볼 때 이른 감이 있다”고 평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이씨 살해는 김정은의 명령인 것 같다”며 “한국 민간인을 살해하라는 명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일성부터 김정일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의 소원은 종전선언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말하는 종전선언은 남북 정상이 서명하는 그런 상징적인 선언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 남북 군사력 감축 등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그보다 먼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제는 김정은이 원하는 것과 다른, 말뿐인 선언이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내부에서 “우리는 왜 호응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도 김정은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이씨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김정은이 여론을 뒤집고다 이씨를 사살하라고 명령한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김 대표의 풀이다.

    실제로 북한군이 이씨를 살해한 사실이 알려진 뒤 국내에서는 “지금 저런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자는 말이냐”며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론이 커졌다. 해외에서도 한반도 관련 보도에서 '종전선언' 기사는 사라지고 이씨 살해사건 관련 보도가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