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은 절대적 가치라던 文… 친서 보름 뒤 국민 사살됐는데 이틀간 침묵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하는 모습.ⓒ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하는 모습.ⓒ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주고받은 친서 전문이 전격공개됐다. "최근 교환한 남북 정상 간 친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모두 국민들에게 알려드리도록 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친서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명존중 의지에 대해 강력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북한은 지난 22일 서해 NLL(북방한계선) 이북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총살했는데, 불과 2주 전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생명을 존중한다며 '경의'를 표한 것이다.

    文 "사람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보낸 친서에서 "나는 김 위원장이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 벼는 일으켜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면서 "우리 8000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뜻하는 대로 하루빨리 북녘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 위원장들과 가족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 21일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13일 전에 쓰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해당 사건 관련 23일 오전 8시30분 대면보고를 받은 뒤 33시간이 지난 24일 오후 5시15분에야 "용납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며, 북한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김정은 "글줄마다 넘치는 위로에 동포애 느껴"

    서훈 실장은 김정은이 지난 12일 문 대통령에게 답신 형태로 보낸 친서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며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며 "최근에도 귀측 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 비루스 확산과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 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노고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 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다"며 "하지만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는다"고 답했다.

    野 "문 대통령 무엇으로 책임질지 답해야"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을 향한 이 정권의 집착을 그저 집요한 짝사랑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닌 모양"이라며 "대통령은 사건을 알게 되고 하루가 훨씬 지나서야 유감을 표했다.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굴욕과 수모를 참아가며 굽실거린 대가가 국민 시신 훼손"이라며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