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회 국방위 보고와 언론 브리핑 내용 달라… 북한 "A씨 달아나려 해서 일제사격"
  • ▲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A씨 사건에 관해 보고하는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A씨 사건에 관해 보고하는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자진월북한 것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남과 북에서 동시에 나왔다. 25일까지 알려진 국회 국방위 보고, 북한 통지문 내용과 24일 국방부 브리핑 내용이 다 다르다.

    국방부 국회 보고 때 “북한군, A씨 끌고 가다 밧줄 끊어져 2시간 동안 수색”

    “군 당국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A씨 사건과 관련해 비공개 보고를 했다”며 “북한군은 A씨를 발견한 뒤 2시간 동안 그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YTN이 국회 국방위 위원들의 말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전한 국방부 비공개 보고에 따르면, A씨를 발견한 북한군은 북한으로 가겠다는 의사만 물은 뒤 그를 밧줄에 묶어 배로 끌고 갔다. 3시간이 지난 뒤 A씨를 묶은 밧줄이 끊어진 것을 발견한 북한군은 2시간 동안 수색작업을 폈다. 

    결국 A씨를 찾아낸 북한군은 상부에 보고한 뒤 1시간 동안 명령을 기다렸다. 그 이후 A씨를 살해했다. 북한군은 왜 A씨를 다시 찾은 뒤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명령을 받아 총살했을까.

    민 의원은 “군 당국은 A씨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군사령관 김명식 인민군 대장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해군의 지휘계통에서 명령이 내려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국방위 소속 다른 의원은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북한군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며 평양의 지시, 그러니까 김정은의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북한,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서 “도주하려는 정황 있어 사격”

    한편 북한이 25일 청와대로 보내온 통지문에 적힌 내용은 달랐다.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에서 정체불명의 남자 1명(A씨)을 발견했다는 수산사업소의 신고를 받고 인근 군부대가 출동했다. 북한군은 강령반도 앞바다에서 A씨를 찾아냈다. 북한군이 80m까지 접근하자 A씨는 자신을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한두 번 말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 북한 연안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연안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 경비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북한군이 2발의 공탄(공포탄의 북한말)을 쏘자 A씨는 부유물 위에 놀라 엎드렸다. 이때 몇몇 북한군이 A씨가 도주하려는 듯한 상황을 봤다고 북한 측은 주장했다. 이를 본 경비정장의 명령으로 북한군은 40~50m 떨어진 거리에서 A씨를 향해 소총 10여 발을 쏘았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했다. A씨가 타고 온 부유물만 있었다. 부유물에는 많은 양의 혈흔만 있었다. 북한군은 A씨가 사살됐다고 판단하고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국회서 한 말, 언론에 한 말 달라… 국방부는 왜 계속 말을 바꾸나

    국방부는 지난 24일 국민들 앞에서 “북한군이 A씨를 6시간 동안 바다에 띄워둔 채로 심문하다 총격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뒤 바다에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에는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고, 부유물에 의지해 표류했다는 점, 배에 그가 신던 슬리퍼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월북하려던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에 보고한 내용은 브리핑에서 설명한 내용과 시간대가 모두 다르다. 특히 A씨를 묶은 밧줄이 끊어진 뒤 북한군이 갑자기 상부에 보고하고 명령을 받아 총격살해한 점에서 ‘자진월북’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국방부 안팎에서 나왔다.

    국방부의 설명은 북한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물론 “우리는 A씨를 살해하지 않았다. 그저 핏자국만 있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방부 주장처럼 ‘자진월북’이라면 A씨가 도주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이유도, 북한군의 질문에 침묵하며 위기을 초래할 이유도 없다. “A씨가 공무원증 등을 배에 두고 갔다”며 “그가 월북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가족들의 말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군이 A씨를 밧줄로 묶어 끌고 갔던 것도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북한군은 정황상 A씨를 구조하려 했던 것”이라는 국방부의 추정도 이상하다. 

    지난 22일 밤 A씨가 빠졌던 바다의 수온은 20℃ 안팎이었다. 이 정도 수온에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남짓. 이미 수 시간 동안 바다에 빠진 상태라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에 놓인 A씨를 배 위로 끌어올리지 않고 밧줄에 묶어 데려가는 것을 국방부는 ‘구조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를 두고 ‘구조’라고 표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