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박모 씨 '살인' 무죄, '치사' 혐의만 유죄 인정… "계획살인 직접증거 부족"
  •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탄 차를 바다로 추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금오도 사건'과 관련, 대법원이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52) 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 '금오도 사건'에 무죄 확정

    재판부는 "사건 전 박씨의 권유로 아내 A씨 사망 시 지급될 보험금이 늘어난 점, 수익자가 모두 박씨로 변경된 점, 변속기가 중립에 있었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다"면서도 "박씨가 A씨만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추락시켰음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씨는 2018년 12월31일 오후 10시쯤 새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아내 A씨와 함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을 찾았다. 숙소로 돌아가고자 후진하던 중 차가 추락방지용 난간에 부딪히자, 박씨는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홀로 차에서 내렸다. 그 직후 차량은 경사면을 따라 굴러내려 바다에 추락했고, A씨는 차에 탄 채 바다에 빠져 숨졌다. 

    박씨는 하차 직전 기어를 중립으로 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A씨와 같은 달 10일 혼인한 사이로, 박씨는 A씨의 보험 6건의 수익자를 자신으로 바꿔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씨가 고의로 차를 밀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로 기소했으나 박씨는 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의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A씨에게 접근해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사고를 위장해 A씨를 살해했다"며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엇갈린 1심과 2심 판결

    1심은 "여러 번의 실험으로 이 사건 난간 바로 앞에서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고, 난간으로부터 1m가량 전진한 지점에서 차량이 움직였다"며 "박씨가 뒤에서 미는 것 외에 차량이 바다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1998년께부터 각종 운전업무에 종사해왔던 박씨가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동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그러나 2심은 박씨가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사면을 따라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심은 실험차량을 난간으로부터 1.5m 떨어진 곳에서 중립(N) 기어 상태로 세워뒀을 때 운전자가 페달을 떼자마자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면서 "1~1.2m 떨어진 곳에서는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1회 상체를 들어올리는 움직임을 취했을 때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게는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수입이 있었다"며 살인 동기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2심은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았고, 기어를 중립상태로 둔 채 그대로 내린 과실로 차량을 바다에 추락하도록 해 피해자를 익사하게 했다"며 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A씨를 계획살인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5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2심 판결 결과에 반발한 A씨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의 아들은 "가정불화로 아버지와 별거 중 박씨를 만나게 됐고, 재혼 후 해돋이를 보러 2018년 12월31일 금오도에 들어가 돌이킬 수 없는 참변을 당했다"며 "우리 남매는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명백한 범죄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하소연하게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