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하고 영화·여행 쿠폰 살포… 코로나 재확산 집회 탓 아니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지난달 15일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여 대규모 장외집회를 벌인 것을 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당 중진 의원들이 일제히 코로나 재확산 사태를 보수단체가 주축이 된 '광화문집회' 탓으로 돌리며 여론몰이에 나선 까닭에 애꿎은 시민들만 '바이러스 테러집회에 참여했다'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광화문집회' 전날, 확진자 세 자릿수로 급증


    이들은 지난 광복절을 기점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다며 비말 감염 가능성이 높은 집회를 시민들이 갖는 바람에 잠잠하던 코로나가 재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두 자릿수에 머물던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로 급증한 날은 8월 14일이기 때문이다. '광화문집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후 48시간 이내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없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자료를 감안할 때 '광화문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기점이라면 아무리 빨라도 17일 혹은 18일부터 확진자가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30~50명 사이를 오가던 확진자 수가 103명으로 늘어난 건 8월 14일이다.

    "잠복기 코로나 전파 가능성 매우 낮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14일(평균 4~7일)이다.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몸에서 증상을 발현하기 전에 증식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선 검사를 해도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잠복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8월 15~18일 사이에 확인된 코로나 확진자들은 '광복절집회' 이전에 이미 다른 경로로 감염된 환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광복절집회'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의심신고'가 급증한 것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난 이유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8월 10일 3653건에 그쳤던 의심신고가 8월 11일 9541건으로 늘어났고, 12~13일 8000건대를 유지하다 집회 전날인 14일 1만186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질본 의견도 묻지 않고 '문화소비할인권' 발급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와 상의없이 지난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연휴가 이어졌고, 같은 기간 여가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문화소비할인권'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린 점도 코로나가 재확산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2일 내수시장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숙박‧여행‧공연‧전시‧영화‧체육 등 6개 분야에 소비할인권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지난달 14일 발권된 영화 할인권(6000원)을 통해 나흘 동안 49만8395명이 영화를 관람했고, 숙박 할인권(3만원권·4만원권)의 경우 같은 달 21일 기준으로 총 13만1300건의 숙박 예약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광복절 연휴' 영화관람객 40만~60만명대로 '2배 증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용산CGV에 첫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할인쿠폰 지급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같은 달 16일에도 확진자가 이곳을 방문해 영화까지 관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용산CGV에서 사용된 할인쿠폰은 총 6806장인데 이 중 4396장이 확진자가 나온 이틀 동안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쿠폰지급 전 20~30만명대에 머물렀던 영화관 관람객수는 쿠폰이 발행된 지난달 14~17일 40만~60만명대로 급증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이 기간 급격히 늘었지만 할인쿠폰 영향으로 영화관 관람객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