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일 “건강상 심각한 문제 아니라면 권력 나눌 리 없어” 김성민 “시한부 선고 받았을 수 있다”
  • ▲ 김정은과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과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최근 김여정 등 최측근에게 권력을 분산위임하는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김정은이 시한부 인생 판정이라도 받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김정은, 통치 스트레스 피하려 김여정 등에 국정 전반 맡겨”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정보위원회 브리핑에서 국정원 보고사항 일부를 공개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이 동생인 김여정에게 국정 전반을 맡기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정은의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은 여전히 북한의 절대권력이지만 과거와 비교해 권한을 (김여정 등에게) 이양하고 있다”며 주요 분야별로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했다. 대남·대미정책을 비롯한 안보분야는 김여정이 맡고, 경제분야는 박봉주와 김덕훈, 군사분야는 최근 신설한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전략무기 개발을 맡은 이병철에게 권한을 ‘이양’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권한을 이양한 가장 큰 이유는 통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파악했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김정은이 지난 9년 동안 통치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책실패 시 돌아오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권한을 최측근들에게 위임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주장이다.

    허광일 위원장 “멀쩡한 권력자가 권력을 나누는 경우가 세상에 있었나”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설명에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은 나누는 것이 아닌데, 절대권력을 가진 북한 최고지도자가 무슨 스트레스 핑계로 권력을 나누느냐”고 지적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이 김여정 등 최측근에게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은 눈길을 끌지만 ‘통치 스트레스’라는 이유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살아 있는 권력이 다른 누군가와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 허 위원장은 “국정원 보고대로 김정은이 권한을 이양했다면 그건 건강상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단언했다.

    허 위원장은 또 다른 가능성도 제시했다. "과거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으면서 부친의 손발을 묶었던 때처럼 김여정이 김정은의 권력을 빼앗으려 할 수도 있다"고 허 위원장은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이 그동안 측근 관리를 하면서 권력기반을 쌓고, 이제는 김정은에게서 힘을 빼앗으려 작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이 건강 이상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면 권한 이양이 말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계속 돌았던 사실을 지적한 김 대표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주변에 권한을 이양한다는 것은 앞으로 정상적인 통치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권한 이양으로 시간을 조금 벌어 후계자를 찾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