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월 강수량, 30년 평균치보다 많아… 4대강사업 제외 섬진강 큰 피해… "지류·지천사업 확대했다면 피해 줄어"
  • 지난 8일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화개장터가 32년 만에 물에 잠긴 모습이다. ⓒ뉴시스
    ▲ 지난 8일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화개장터가 32년 만에 물에 잠긴 모습이다. ⓒ뉴시스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홍수 피해가 잇따르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 다시 소환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강의 본류를 정비해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며 4대강사업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장마기간 4대강사업에서 제외된 섬진강 유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4대강을 확대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기상청은 30년 기준으로 지역별 연평균 강수량을 집계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1~2010년 30년간 지역별 연평균 강수량은 중부 366.4mm, 남부 348.6mm, 제주 398.6mm로 나타났다.

    반면, 올여름 6~8월 3개월간 평균 강수량은 중부 398.6mm, 남부 529.4mm, 제주 562.4mm를 기록했다. 올여름 평균 강수량이 30년간 지역별 연평균치보다 최소 30mm에서 최대 180mm가량 많았던 셈이다.

    4대강사업 제외 섬진강 '물난리'… 17개 마을 물에 잠겨

    이 같은 기록적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4대강사업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번 장마기간 4대강사업 대상이었던 한강·영산강·금강 본류에서는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 낙동강에서는 9일 새벽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창녕군 마을 2개가 물에 잠기고 주민 150여 명이 대피하는 정도였다.

    반면 4대강사업에서 제외된 섬진강의 경우 제방 붕괴 등으로 구례읍과 문척·간전·토지·마산면 등 17개 행정리가 물에 잠겼고, 주민 1000여 명이 대피했다. 구례군에서만 1만3000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 9일 오전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2개 마을이 침수돼 주민 156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뉴시스
    ▲ 9일 오전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2개 마을이 침수돼 주민 156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뉴시스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던 섬진강 유역에서 이처럼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이 홍수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라며 섬진강과 지류·지천 등을 대상으로도 4대강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홍수는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와 도심 하천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곳을 정비하지 않고 본류만 관리해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침수 피해가 발생한 대전 갑천과 여주 청미천 등 역시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였다"고 지적했다.

    "홍수 피해 줄이기 위해 지류·지천으로 사업 확대해야"

    수도권의 한 건축학과 교수는 "행정안전부의 재해통계연보를 보면 2002년 태풍 '매미'와 2003년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었던 당시에도 소하천 주변의 피해가 96%에 이르렀다"며 "4대강사업은 아직 지류 관련 사업이 남은 셈인데 그리 어려운 사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 우리나라의 경우 강수량이 부족한 만큼 어떻게 물을 관리하고 집중호우에 대비할까 고민해야 한다"며 "4대강사업은 반드시 했어야 하는 사업이고, 완공을 시켜야 하는 사업"이라고 거듭 4대강사업의 완공을 역설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4대강사업은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사업이고, (지금까지의 사업으로) 이미 물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했다. 앞으로는 지자체 등에서 꾸준히 관리만 해주면 되는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당이 지류사업을 반대해 사업이 중단됐는데, 이제 와서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도 지난 9일 페이스북에 "4대강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