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전 '열람 차단' 요구… "법체계 무시" "언론검열" 우려, 20대 국회서 이미 폐기
  • 신현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언론 기사로 인한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성원 기자
    ▲ 신현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언론 기사로 인한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성원 기자
    언론 기사로 인한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과거에도 이 내용을 두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국회 차원의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21대 국회가 같은 내용을 다시 발의한 것이다. 

    법안 대표발의자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신 의원은 최근 자신과 관련된 기사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알 권리 침해" 20대 국회서 폐기된 법안, 다시 발의  

    의사 출신인 민주당 비례 초선인 신 의원이 7월31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김병욱·김정호 등 10명의 민주당 의원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내용의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발의했었다. 법안 제안 이유는 '최근 3년간 언중위 신고 사례 중 70% 이상이 인터넷 매체 사건'이라는 점이다.   

    법안의 핵심은 기사로 인한 피해자에게 기사 열람을 차단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청구 대상은 해당 언론사(인터넷신문사업자)나 포털사이트(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이다. △언론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보도 내용이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한 경우 △인격권이 계속적으로 침해되는 경우 등에 한해서다. 

    법안에는 또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한다'(부칙 1조) '이 법 시행 이후 기사부터 적용한다'(부칙 2조)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20대 때 발의된 뒤 폐기된 것과 같은 내용이다. 

    "현재 있는 제도로도 충분한데... 왜?"  

    당시에도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등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20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도 이러한 의견이 담겼다. 언중위는 "열람 차단 청구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고, 열람 차단으로 당사자 간에 원만히 합의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이유로 찬성했다. 

    그러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반대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민법 등 현행법으로도 구제 가능한 점 △보도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진실해도 청구 요건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차단 청구가 가능한 점 △이에 국민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와 차단 청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 시민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오픈넷'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6월25일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복수의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은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행법으로도 권리 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이 조항은 원 기사를 쓴 언론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털이 기사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유인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 포털 임시조치 (게시중단) 제도와 같이, 사법부 판단 전에 포털이 기사를 차단할 위험도 있어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후퇴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명예훼손 등 급박한 문제라면 가처분 등 민사소송부터 정정보도·반론보도 등 현재의 제도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취지에는 공감... 그러나 현행 규정으로도 구제 가능"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 역시 "가짜뉴스를 제한하기 위한 법 취지에는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현행 규정으로도 권리 구제가 가능한데 기사 열람 차단이라는 별개의 제도를 확대해서 적용하면 공적인 사안 내지 공적인 인물에 관련돼 즉시 보도돼야 할 사실들이 사실상 통제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위축, 언론 보도 제한 등의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가 결국 언론 검열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 변호사는 "기사 열람 차단 제도를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검열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울러 강제조정권이 없는 등 현행법상 언중위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으니 이번 법안을 통해 명목상 언중위를 통해 실질적인 통제권한을 부여하려는 것 같다"고 평했다. 

    법조인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언론 검열로 이어지는 법안"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법조계 인사는 "기사 열람을 차단하면 국내법 적용을 받는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와 국내법에서 자유로운 구글 등 해외 포털사이트 간 차별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본지 7월15일자 기사와 관련, 7월16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신 의원은 제소 이유에서 "피신청인은 제가 프리랜서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만들어준 해당 프리랜서는 "겨우 2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관련 녹취 파일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신 의원에게 연락을 취한 뒤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