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족한 희토류 개발 박차 vs 中, 부족한 헬륨 첫 상업생산… 당분간 상호의존 지속될 듯
  • [샌 버나디노=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 있는 희토류 광산 마운튼 패스 마인.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으로 조만간 설비를 재가동할 계획이다.@뉴시스
    ▲ [샌 버나디노=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 있는 희토류 광산 마운튼 패스 마인.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으로 조만간 설비를 재가동할 계획이다.@뉴시스
    희토류의 영어 명칭은 'rare earth element'다. 'rare'에서 보듯 희귀해서 '희토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희토류는 '희귀한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하지만 사실 지구상에는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문제는 채굴·정제 등 생산에 따른 환경파괴가 심각해 웬만한 선진국에선 손대기 어려운 게 희토류 생산이다. 그래서 희귀해진 게 희토류라고 기억해두는 게 좋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TV 모니터 등 소비재뿐 아니라 GPS 통신장비·미사일·폭격기와 같은 방위산업분야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미국은 수입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1987년 덩샤오핑 당시 중국 주석은 내몽골에 있는 희토류 생산시설을 방문해 "중동은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이때부터 희토류 생산에 본격 나서게 됐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느슨한 환경규제가 중국을 '희토류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희토류 전략적 가치, 2010년 센카쿠 분쟁서 입증

    희토류는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를 둘러싼 일·중 간 분쟁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당시 센카쿠 인근 일본 영해에서 중국 어선이 고의로 일본 순시선을 충돌하자 일본은 선장을 체포해 억류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선장을 보름여 만에 재판 없이 석방했다. 당시 중국이 취한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일본을 굴복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희토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이때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관계가 악화하자 시진핑 중국 주석은 무역협상 책임자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해 장시성의 한 희토류 정제공장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관계자들을 격려했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을 향해 "보복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中, 지난해엔 미국 상대로 '희토류 무기화' 시사

    당시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 내 희토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미국 희토류 개발업체인 USA레어어스 CEO를 맡고 있는 피니 알사우스 사장은 "중국이 희토류 게임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장시성 공장 방문 같은) 그런 행동은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미국 내 위기감의 불을 지피는 역효과만 냈다"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대한 미국의 도전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업체 USA레이어스는 콜로라도주에 있는 희토류 가공공장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희토류 광산 마운틴패스는 조만간 가공시설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호주 희토류 업체 리나스(Lynas)는 미국 회사와 합작해 텍사스에 처리공장 건설을 내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美국방부가 지원하는 희토류 개발 사업

    이들 업체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폴 핸리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비서관은 "희토류 문제는 미중 디커플링이란 큰 주제의 축소판"이라며 "희토류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확보가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중국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SCMP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광석부터 산화물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이 완전히 갖춰지려면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보조금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했다. 알사우스 USA레이어스 사장은 "미국이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십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희토류 분리·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 때문에 지역사회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 [간저우=신화/뉴시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20일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인 진리융츠커지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당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 주석이 류허 부총리(왼쪽 끝 점퍼 입은 사람)등과 함께 자국 내 희토류 관련 기업체를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뉴시스
    ▲ [간저우=신화/뉴시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20일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인 진리융츠커지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당시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 주석이 류허 부총리(왼쪽 끝 점퍼 입은 사람)등과 함께 자국 내 희토류 관련 기업체를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뉴시스
    중국과 자원경쟁… 미국에겐 헬륨이 있었다

    미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 정반대로 중국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중요 자원은 헬륨이다. 헬륨은 철강 용접, 레이저 광선 생산에 필요하며 로켓 연료로도 사용된다. 헬륨도 희토류와 마찬가지로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에서 사용하는 헬륨을 거의 전량 미국이나 미국 기업들로부터 조달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금지 등 보복을 단행할 경우, 미국은 헬륨 수출금지로 맞설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양국이 중요 자원 하나씩을 서로에게 크게 의존하면서, 미중 분쟁의 균형을 잡는 데 희토류와 헬륨이란 자원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中, 지난주 상업적 헬륨 생산시설 최초 가동

    중국은 그동안 헬륨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어오다, 최근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가동한 것이 외신을 통해 확인됐다. 28일(현지시각) SCMP는 중국과학원 발표를 인용해 "닝샤 옌츠현에서 중국 최초로 상업적인 헬륨 생산 설비가 지난 2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SCMP는 "천연가스 공장 부산물에서 헬륨을 추출할 수 있는 설비로, 중국에서 헬륨 대량생산의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중국이 헬륨 생산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는 헬륨 함유량이 매우 낮아 헬륨을 직접 추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입대체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옌츠현 설비는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냉각펌프 개발을 통해 수입대체가 가능할 정도로 생산비를 낮췄다는 게 중국과학원의 주장이다. SCMP는 옌츠현 설비 구축에 참여한 한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생산비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입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당장 헬륨 자족은 어려운 中… "10년은 걸려야"

    다만, 옌츠현 설비가 당장 중국 내 헬륨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연간 20톤 규모의 액체헬륨이 생산될 전망인데 중국은 한해 4300톤을 쓴다. 

    SCMP는 익명의 중국과학원 과학자를 인용해 "헬륨 독립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설비투자는 두 번째 문제다. (중국) 정부가 그것을 원하는지부터가 의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자체 설비 확보에 치중하기보다는 국제시장에서 헬륨을 조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조달하면서 최대한 비축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분간 미국이나 중국이나 자원을 고리로 한 상호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