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사건 8일 만에 '월북 지점' 파악… 야권, "경계도 치안도 엉터리" 軍 질타
  • ▲ 27일 강화도에서 바라본 개풍군의 한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발생한 탈북민의 재입북사건에 대해
    ▲ 27일 강화도에서 바라본 개풍군의 한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발생한 탈북민의 재입북사건에 대해 "강화도 일대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밝혔다.ⓒ뉴시스
    탈북민의 재입북 사건을 조사 중인 군당국이 27일 월북 지점을 당초 알려진 교동도가 아닌 강화도로 특정했다. 북한매체의 보도로 비로소 사건을 인지한 군당국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9일로부터 8일 만에 월북 지점을 파악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북한 어선이 동해 삼척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정박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유사 사건이 재발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관계기관과 공조하에 해당 인원이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강화도 일대에서 특정했다"며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했으며,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월북한 장소로 추정되는 지점은 철책이 아니라 (철책 밑) 배수로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재입북자는 김포 거주 김모 씨로 추정… 성폭행 혐의로 조사 중

    합참이 말한 '해당 인원'은 2017년 귀순한 김모(24·남) 씨가 유력하다.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던 김씨는 탈북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성폭행에 연루된 사실을 억울해 하며 주변인들에게 재입북 의사를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김씨와 교류가 있던 김진아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개성아낙'에서 "지난 6월 (김모 씨가 살던) 집을 방문했더니 단출하게 잘 정리된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훈련된 남파간첩도 아니고 평범한 20대 남성에게 뚤렸다"

    지난해 6월 동해에서 발생한 '삼척항 노크 귀순' 이후 1년여 만에 군사분계선(MDL) 경계 실패가 재발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국이 이 사건을 북한매체의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잘 훈련된 남파간첩도 아닌 평범한 젊은 남성에게조차 군사분계선이 뚫릴 지경이니 참 한심한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야권에서는 군 기강 해이를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정부는 북한의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이 사실을 인지했을 뿐더러 오전 내내 '확인 중'이라고 하더니 약 8시간여 만에 월북을 인정했다"며 "해당 남성은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뒤 월북 전 사전답사까지 한 정황도 확인돼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황제복무 등 잇따르는 군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자성하고 군 기강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당·국민의당, 군 기강 해이 질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마디로 경계도 엉터리, 치안도 엉터리였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경계와 치안이라는 국가의 기본에 구멍이 뚫리니 북한에마저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 이러고도 대통령과 여당은 발 뻗고 잠이 오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탈북)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24일부터 개성을 봉쇄하고 '최대비상체제'를 선포했다.

    김모 씨, 우한코로나 확진 가능성은 작아

    하지만, 북한 측 주장대로 김씨가 우한코로나 확진자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월북한 사람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관계부처에서 확인 중"이라면서도 "언론 등에서 제기한 특정인은 질병관리본부 전산시스템상 확진자로 등록돼 있지 않으며, 접촉자로 관리되는 명부에도 지금 현재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북한의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재입북자는 총 11명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우리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해외 출국 시 신고 의무가 없어서 정확하게 탈북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