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 폭발적 증가… '조문 거부' 정치인도 늘어나
  •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장례를 왜 국민 세금으로 치르느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성추행 피해자(고소인)의 인권과 불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장례식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서울시가 장례 절차를 재검토하고 즉각 진상 규명과 손해배상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한 유튜브 채널은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지 못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성추행 의혹 받고 사망한 정치인 장례를 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10일 오전 한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글은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박 시장의 장례 절차를 두고 반발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청원인은 "박원순 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거냐"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에 반대한다'는 비슷한 취지의 청원글들이 각각 수만명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태경 "서울특별시장(葬),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나는 일"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슬픔과 진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국가장은 그 법의 취지에 따라 국민적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치러지지만 이번은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은 누가 보상하나"라며 "이는 정부 여당이 줄곧 주장했던 피해자 중심주의에도 한참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서울시가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이, 국민적 공감대를 모을 겨를도 없이 일사천리로 장례를 결정한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법적 근거도 없는 장례식 대신 피해자가 몇명인지,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이 뭔지부터 먼저 발표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류호정 "'희롱의 대상'이었던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정의당 의원들은 박 시장의 조문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당당히 빈소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류 의원은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돼야 했던 당신(고소인)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 의원은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피해를 밝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이에 대한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한 장 의원은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공무상 사망도 아닌데… '서울특별시葬'에 반대"


    2011년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해 '박원순 시장'의 탄생을 도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박 시장의 빈소를 찾지 않기로 했다.

    안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담하고 불행한 일이지만,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 나라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과 처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초 11일 오후 박 시장의 빈소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을 통해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박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망했음에도 국민 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가세연, '서울특별시葬' 금지 가처분 신청


    보수 우파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지 못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11일 가세연과 시민 500명을 대리해 서울행정법원에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서울시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서울특별시장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강용석 변호사는 "정부장(葬)을 추진하려면 행정안전부, 청와대 비서실과 협의한 뒤 소속기관장이 제청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서 부시장은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 장례에는 10억원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금이 사용되는 서울특별시장은 주민감사 청구와 주민소송의 대상이 되는 만큼 집행금지 가처분도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업무 중 순직한 것이 아니"라며 "절차도 따르지 않으면서 서 부시장이 혈세를 낭비하고 있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장(葬)을 주관하는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례식을 흠집 내고 뉴스를 만들기 위한 악의적 시도"라며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게 된 것은 관련 규정 검토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장례가 이틀도 남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주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것은 마치 장례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한 공세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사진=서울시
    ▲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사진=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