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장보다 높은 천취안궈 당서기, 주하이룬 법률위 서기, 왕밍산 공안국 서기 등 '제재'
  • ▲ [홍콩=AP/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민이 '신장 위구르족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홍콩에서 중국 당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반대하며 위구르족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시위가 최초로 열렸다.ⓒ뉴시스
    ▲ [홍콩=AP/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홍콩 도심에서 한 시민이 '신장 위구르족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홍콩에서 중국 당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침해를 반대하며 위구르족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시위가 최초로 열렸다.ⓒ뉴시스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탄압에 대해 미국이 제재에 착수했다. 미국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위해 동참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제재 대상 명단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인 천취안궈를 비롯해 주하이룬 신장 정치법률위원회 서기, 왕밍산 자치구 공안국 서기, 후리우준 전 자치구 공안국 서기 등 개인을 비롯해 자치구 공안국까지 포함됐다. 국무부는 비자발급 중단을, 재무부는 재산 동결을 각각 제재조치로 내놨다.

    "중국 고위관리들, 미국에서 재산 빼낼 방법 찾고 있을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각)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신장의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자의적 집단 구금, 강제 인구통제를 비롯해 그들 고유의 문화와 이슬람 신앙을 말살하려는 중"이라며 "미국은 이 같은 시도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보도자료에서 '천취안궈, 왕밍산, 주하이룬' 등 중국 관리 세 명의 이름을 적시하며 "이들과 이들의 가족은 미국 입국자격이 박탈된다"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중 천취안궈 당서기를 지목해 "천 당서기는 신장 이전에 티베트에서도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자행했으며, 그때 사용한 끔찍한 정책을 오늘날 신장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천취안궈 당서기는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인물 중 가장 서열이 높다. 왕이 외교부장도 천 당서기보다 아래 서열이다. 줄리안 쿠 뉴욕 호프스트라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고위직 제재를 통해 미국은 또 하나의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중국 관리들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미국에 있는 재산을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위해 동참해달라" 폼페이오, 국제사회에 호소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끔찍하고 조직적인 신장 인권탄압에 대해 이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공격을 우려하는 모든 나라에게 우리와 함께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국무부가 지목한 세 명 이외에, 후리우준 전 신장 공안국 당서기와 신장 공안국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앞으로 미국 내 이들 명의 재산 또는 이들이 50% 이상을 소유한 사업체의 자산은 동결되고 미 국외자산통제국(OFAC)에 보고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신장 및 전 세계에서 인권침해를 행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금융적 권한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이 같은 조치를 보도하며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장 인권유린부터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美재무부 관리 "다자적 제재 있어야 중국 변화 가능"

    다만, 미국만의 조치로는 중국의 행동 변화까지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재무부 출신 다니엘 탄네바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미 행정부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묵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면, 이 사안에 대해 여러 나라들이 협력해 다자적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의식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접견할 당시, 신장에 있는 집단 수용소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집단 수용을 계속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읽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중국 강경론은 현재 공화·민주 양당이 동의하는 몇 안되는 분야"라며 이번 제재 조치가 미 의회와 국내 여론을 의식한 조치란 것을 암시했다.

    반발하는 中… "우리도 비자 제한 결정"

    미국의 제재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중국은 티베트 문제에서 나쁜 행동을 보였던 미국 인사들에 대해 비자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처럼 명단을 내놓지는 않았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살고 있는 무슬림 등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소'라고 부르는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수용 규모는 100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당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 전파를 막고 극단주의자들의 직업재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수용시설서 공산당 충성심 주입, 민족정체성 제거"

    하지만 인권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수용시설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주입하고 민족 정체성을 제거하기 위한 감금시설이다.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나 강제구인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BBC는, 한 위구르족 무슬림 남성이 아이를 잃어버린 뒤 3년이 지나, 아이가 이 같은 감금시설에서 중국어를 말하는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