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최 대표 공지 유출 경위에 "A‧B안 있었다" "장관은 몰랐다" 해명… "입김 작용했을 것" 의혹 확산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법무부 내부 논의 사안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친여권 인사들에게 새나간 정황이 포착돼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추 장관이 그간 '법무부 알림' 등 주요 사안을 이른바 '비선 라인'에 사전 검열받은 뒤 수정‧배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성토까지 나온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제안을 거부한 배경에 주목했다. 해당 제안은 사실 법무부와 대검 실무진 간 사전 협의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추 장관이 독단적으로 이를 거부한 배경에 최 대표 등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강욱, '秋 직접 작성' 가안 페이스북서 공개 

    최 대표는 8일 오후 9시55분쯤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의 제목의 글을 올렸다.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최 대표는 이와 함께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라는 개인적 소견도 덧붙였다. 

    이는 실제로 법무부가 기자단에 문자로 배포하는 공지와 같은 형식이다. 그러나 같은 시각 법무부는 기자단에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바 없다. 

    앞서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 이행을 사실상 거부한 지 약 100분 만인 오후 7시50분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법무부 알림'이 배포됐을 뿐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최 대표는 30분 뒤 해당 글을 지웠다. 그는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삭제했다.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복수 매체를 통해 최 대표에 의해 공개된 '법무부 알림'이 실제 추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이며, 추 장관 보좌진에 의해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해 보면, '법무부 알림'의 가안이 공식 배포 전 최 대표 손에 들어간 셈이다.

    언제부터 A‧B안 배포?… 법무부 석연찮은 해명에 논란만 확산

    그렇다면 최 대표는 어떻게 사전에 이 같은 법무부 문안을 입수했을까. 법무부는 9일 유출 경위와 관련 "장관과 대변인실 간 소통의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풀(pool)' 지시를 하면서 (최 대표에 의해 공개된) A안과 (실제로 배포된) B안을 모두 내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대변인실에서 B만 '풀'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대변인실 '풀' 시점에서 A와 B가 모두 나가는 것으로 인식한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변에 전파했고, 이후 다수의 SNS에 게시됐다"며 "최 의원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 같은 해명이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정부부처가 기자단에 '풀'을 할 때 하나의 사안을 두고 다른 내용, 즉 A안과 B안으로 나누어 배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특히 해당 알림 메시지가 최 의원 등 특정 여권인사들에게만 배포됐다는 점도 석연찮다. 최 의원이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을 올린 시각 일부 여권 관계자들도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저런 변명을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A와 B안을 모두 배포하는 경우도 없을 뿐더러, 그럼 여권인사들은 왜 A안만 배포했나. 법무부 해명대로 특정 보좌진이 A안과 B안을 모두 배포할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사전 유포했다면 B안도 똑같이 (SNS상에) 돌아다녔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추미애-최강욱 '비선 라인'… "제2 국정농단" 비판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그간 법무부 알림 메시지가 최 의원 등 여권 특정 인사들에게 사전 유출됐고, 이들의 '입김'이 반영된 후 수정‧배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추 장관과 최 대표 간 '비선 라인'을 의심하는 시각이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정부의 문서가 그냥 밖으로 줄줄 새나간다. 국가 기강이 개판 오분 전"이라며 "법무부를 아웃소싱했다. 최강욱·황희석이 장관을 산사로 보내놓고 셋이서 법무부의 중요한 결정을 다 내리는 듯하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근데 그 '가안'이라는 거, 혹시 최강욱 장관님 본인이 작성하신 거 아녜요? 황희석 차관님하고 같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순실 국정농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봐줬다는 보도로 시작됐다"며 "추 장관의 입장문을 범죄 피의자인 최강욱과 공유했다면 더 나쁜 국정농단"이라고 개탄했다.

    원 지사는 이어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최강욱에 새나간 것이냐, 아니면 최강욱이 써준 것이냐"며 "법무부장관이 권력 끄나풀들과 작당하고 그 작당대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때마다 검찰이 순종해야 한다면 그게 나라냐"고 비난했다.

    秋, 실무진 간 협의안 정말 몰랐나

    특히 "추 장관이 거부한 윤 총장의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제안이 법무부와 대검 실무진 간 사전 협의안이었다"는 사실이 대검에 의해 알려지면서 추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법무부 실무진이 추 장관의 의견과 반해 대검과 협의안을 마련했을 리 없고, 협의안까지 마련된 상황에서 추 장관이 돌연 '변심'한 데 '비선'들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남관 검찰국장이 대검과 긴밀한 협의 하에 법무부와 검찰이 기존 입장을 훼손 안 하는 안을 마련했다 하는데, 그것이 거부된 걸로 봐서 이 과정에서 또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오전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팀 구성과 관련, 9일 오전 10시까지 대검의 입장을 기다리겠다"는 추 장관의 '최후통첩'을 받고, 같은 날 오후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논란이 된 '법무부 알림'을 보내면서 이를 즉각 거부했다. 그러자 대검은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한 것"이라며 해당 제안이 사전 조율된 것이었음을 밝혔다. 

    이후 법무부는 실무진 간 검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