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무력통일' 결단하고 비용편익 분석 중… 홍콩문제 물러서면 中에 잘못된 신호 돼"
  • [마닐라=AP/뉴시스] 지난 2018년 4월13일 필리핀 마닐라만에 정박해 있는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모습.ⓒ뉴시스
    ▲ [마닐라=AP/뉴시스] 지난 2018년 4월13일 필리핀 마닐라만에 정박해 있는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모습.ⓒ뉴시스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이 홍콩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중국이 대만을 무력 도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대만 무력 통일을 결단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느 선까지 눈을 감아줄지 그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와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8일(현지시각) 포린어페어즈에 낸 <대만, 제2의 홍콩 되나>란 제목의 기고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기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홍콩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경우,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 경제에 더 타격을 주고 홍콩이 중국 남부지역으로 흡수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포린어페어스 "美, 중국에 결의와 능력 보여야 대만 도발 억제"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이 홍콩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중국의 협박과 침략에 적극 맞서겠다는 결의와 능력을 미국이 보여주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은 대만 침공에 따르는 위험과 비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모두 대만을 본토와 합병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훨씬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분투하겠다"며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 독립과 분열을 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지도자들, 대만 향해 '무력 사용' 경고 계속

    시 주석은 지난해 1월에는 '대만동포에 고하는 글'이란 공식 연설에서 "무력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협박했다. 무력 도발의사를 내비친 것은 시 주석뿐이 아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통상 쓰던 '평화적 통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중국 통일"이라고만 했다. 며칠 뒤 왕이 외교부장이 행한 연설에서도 '평화'란 단어는 빠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것을 독립 성향의 대만 민주진보당에 대한 경고이자 무력통일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차이 총통이 취임한 후 7개국이 대만과 단교해,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15개국뿐이다. 우한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대만은 중국의 압박 때문에 지난 WHO 총회에 초청받지 못했다.  

    군사적인 압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공군은 지난 1월 이후 10회 이상의 수송·군사훈련을 대만 인근에서 수행했다. 대만영공을 고의적으로 침범하는 빈도도 점차 높아져,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전투기 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본섬측 영공에 침입하기도 했다.

    "중국, 홍콩문제 지켜보며 대만 무력통일 비용·효과 분석 중"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차이 총통이 탈중국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홍콩-대만-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점차 밀착하면서 중국이 무력사용을 스스로 정당화할 상황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시진핑 주석은 대만에 대해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에 대한 강경책의 비용과 효과를 분석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조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홍콩 보안법이 홍콩의 언론인이나 평화적 활동가, 야당 정치인을 체포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미국이 반드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응 수단 중 하나로, 홍콩 보안법과 직접 연관된 중국 당국자들에 대한 '표적 제재'를 제시했다.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책임있는 중국 관리들을 제재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회복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노골적인 탄압을 억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동맹과 군사협력 강화하되 中과 전략적 대화도 필요"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이 대만 방어전쟁에서 중국과 충돌할 경우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은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등 대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중국의 반접근(anti-access) 전략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과 상호 군사운용성을 강화하고, 가혹한 전투환경을 버틸 수 있는 무인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린·메데이로스 교수는 "중국과 전략적인 대화를 하면서, 미국의 경고가 일부 강경파의 수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며 "중국이 자신에 대항하는 국제 연대가 두려워 미국의 동맹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도록 능숙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