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개 경제단체, 에너지 수입 촉구… 트럼프 '합의 파기'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
  •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재계가 지난 1월 체결된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두 나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의 골자는 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추가 수입한다는 것으로, 미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로는 중국을 압박한 것이라는 평가다. 미중 두 나라 무역당국은 조만간 1단계 무역합의 준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공회의소 등 40개 경제단체가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무역대표부와 중국 국무원에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서한에 서명한 단체에는 미국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과 미중기업협의회를 비롯해 항공우주·자동차·반도체·제약분야 무역단체 등이 포함됐다. 

    美 재계 "중국, 에너지 수입 약속 지켜라" 압박

    서한을 보낸 경제단체들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데는 진전을 이뤘지만,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제시된 전체 구매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합의의 모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이 항공기와 원유제품, 천연가스 등 미국 수출품 구매에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합의 이후 5월까지 중국은 올해 목표 물량의 45%를 구매했다. 농산물은 39%, 공산품은 56% 수준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은 목표의 18%로 저조하다. 이 때문에 미 재계는 에너지 구매를 늘려달라고 서한을 통해 거듭 요청한 것이다.

    WSJ "트럼프, 재계 서한을 무역합의 파기 명분 삼을 수도"

    앞서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농산물 구매였다. WSJ은 중국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계속하면 1단계 합의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지난 5월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상품을 더 사겠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지난달 22일에는 "합의는 온전하다"는 트윗을 게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제한적이지만 두 나라 간 교류 채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번 서한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동맹으로 평가받는' 미 재계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WSJ는 "이 서한은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서한을 통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향한 재계의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판단할 경우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우리는 1단계 무역합의를 지지하며, 이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미 재계는 이 합의가 양국 간 긴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WSJ에 밝혔다. 

    이 서한을 받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선 "미중 무역합의, 중국 국영경제 더 고착" 우려도

    미국 내에서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중국경제에서 공산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관리된' 무역이 시장을 대상으로 한 국가의 입김을 더욱 강화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장기적 목표는 외국기업이 중국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게 먼저다. 1단계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