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바치면 훈련·경비·음식 등 모든 부분서 혜택"…"김씨 일가 외 북한 통치 못할 것" 주장
  • ▲ 경찰이 지난달 26일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 경찰이 지난달 26일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제가 겪은 북한 군대는 무법천지입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휴전선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12월 귀순한 노철민 씨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털어놓은 내용이다.

    노철민 씨는 4일(현지시각) WSJ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군대에 만연한 부패를 폭로했다. 노철민 씨는 자신이 키가 173cm 정도로 북한에서는 상당히 큰 편인데다 사격실력도 좋아 그해 여름 비무장 지대(DMZ) 최전방으로 발령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씨는 첫 번째 사격 연습 때 깜짝 놀랐다. 자신만 사격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동료들은 상관에게 뇌물을 주고 아무도 훈련을 받지 않았다.

    비무장지대에서는 더 나은 대우, 빠른 승진, 훈련 열외와 음식 구입 등을 위해 돈이 필요했지만, 노씨에게는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노씨는 "그런 차별이 한국으로 귀순하게 된 계기"라며 "그곳에서 나는 내 미래를 보지 못했다"고 WSJ에 털어놨다.

    WSJ "북한군 부패 만연… 핵무기·미사일 개발에 자금투입이 원인"

    WSJ는 북한 지도세력은 군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WSJ는 그러면서 "미국과 아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북한의 군대가 부패했다고 추측하고 있다"며 "귀중한 자금이 군대를 돌보는 대신 핵무기와 미사일 연구에 투입되는 것"도 군대의 부패 이유라고 지적했다.

    DMZ에 최초 배치될 때만 하더라도 노씨는 그곳이 한국군·미군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이기에 먹을 것도 많고 훈련도 잘 된 부대일 것을 기대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무기를 잘못 다뤄 죽는 병사도 있었고, 야생 버섯을 먹는 일도 많았다. 상관은 부하의 음식을 훔쳐 먹었다. 그나마 담배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최전방 DMZ서도 "뇌물 바치면 훈련·보초도 열외"

    한 번은 노씨의 상관이 그에게 승진하고 싶은지 묻더니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교들은 부대에 제공된 쌀을 인근 시장에 내다 팔고 병사들에게는 더 싼 옥수수죽을 먹인다. 고위층 부모를 둔 병사들은 뇌물용 현금을 가지고 다닌다. 한달에 150달러 정도의 돈을 상관에게 주면, 혹한기 보초 근무를 면제해주고 여분의 식량과 방한복 그리고 가족과 통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씨 증언에 따르면, 현실이 이런데도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여전히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노씨가 DMZ 배속 전 근무하던 부대에 김정은이 방문했는데, 당시 멀리서 검정색 밴과 경호원에 둘러싸인 김정은을 본 그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으로 압도됐다고 한다.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노씨는 김정은이 부대를 떠나자 동료들과 함께 "장군님 만세"를 외쳤고,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노철민 씨 "학습된 존경심… 김씨 일가 외에 누구도 북한 통치 못해"

    노씨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은 매일 반복되는 사상교육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김일성 일가 '백두혈통'에 대한 존경심을 교육받는다며 "김씨 일가 외에는 누구도 북한을 통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노 씨는 주장했다. 

    김정은 신변에 대한 보도통제 역시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비결 중 하나라고 노씨는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매일 두 번씩 방송되는 뉴스 방송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11월 김정은은 발목 수술 때문에 7주간 모습을 감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북한 주민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노씨는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