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조건부 비핵화와 제재 완화 교환은 공상”…진중권 “남한 향해 쓸데없는 짓 말란 이야기”
  • ▲ 2016년 6월 6자 회담 대표 시절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6월 6자 회담 대표 시절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북정상회담이라는 말을 듣고 아연했다”며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는 담화를 내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매우 현실적”이라며 “남한에게 쓸데없는 짓 말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희 “미북정상회담설에 아연…멋대로 중재한다는 사람도 있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전했다. 최선희는 “기억에서마저 잊혀져가던 미북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미북 대화를 정적 위기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선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미북정상회담을 진행할 필요성에 대해 미국 집권층에서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으로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 미북정상회담이 ‘10월의 깜짝선물(October surprise)’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슨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 미북 관계의 현실을 무시한 정상회담설이 여론화 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최선희는 주장했다.

    미북 간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최선희는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한 사람이 있다”며 “그 누구의 국내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10월 미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진중권 “트럼프 재선도 불투명한데…현실적 판단”
  • ▲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선희의 담화를 두고 “현실적 판단”이라며 동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이 내정된 것을 두고 “옛날 같으면 송금이라도 해줬을 텐데”라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어차피 트럼프 재선도 불투명한 데 곧 물러날 대통령과 대화를 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북미협상은 어차피 차기 대통령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처럼 주장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회담을 하자고 해봐야 선거용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라며 “(최선희 담화는) 거기에 들러리 설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로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동조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문재인 정권을 향해 “앞으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일만 남았는데 가을쯤 다시 국민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감동 이벤트를 연출하고 싶겠다. 그 점에서 트럼프와 문재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최선희 담화는) 남한을 향해서는 쓸데없이 대통령 지지율 끌어올릴 궁리나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정권을 향한 비꼼은 계속됐다. 그는 과거 대북송금사건으로 기소됐던 박지원 전 의원이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것을 의식한 듯 “역대 정권에서 남북 간 물밑접촉을 담당한 게 국정원장”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런데 과거라면 송금이라도 해줄 텐데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큰 일 난다”며 “북한에게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라며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이 북한의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