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명 규모 기계화 보병… 항공모함, 스텔스, 특수부대로 이뤄져 "추가 병력 요청권도 보유"
  • ▲ 중국군 북부전구 육군의 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군 북부전구 육군의 훈련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군이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중국군 대응전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연구용역을 준 데 불과하지만, 향후 중국군 대응전략이 발전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전하규 육군 공보과장(대령)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군 대응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 대령은 “해당 연구용역은 교육사령부가 최근 주변국 군사상황을 연구하기 위해 학술적 차원에서 제기한 용역”이라며 “교육사령부 자체가 향후 전장환경과 가능성에 대한 연구 또는 상황 인식이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교육사령부는 지난 3월 해당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기간은 8개월이다. 용역 과제명은 ‘중국 지상군의 작전수행 양상 및 북부전구 작전수행 역량’이다.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는 2020년 미래 작전환경 분석서에 수록돼 국방부·합동참모본부·육군의 정책 수립에 활용될 전망이다.

    육군, 중국 북부전구를 위협으로 지목한 이유


    육군 교육사령부가 연구를 맡긴 중국군 북부전구는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시행한 군 개혁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이다. 중국군은 이때 기존 7대 군구를 통폐합해 5대 전구로 만들었다. 동시에 3개 집단군(한국군 군단에 해당)을 해체하고 육군 장교 17만 명을 감축했다. 해군이나 공군까지 포함하면 병력 30만 명을 감축했다.

    중국군은 5대 전구에 공군 특수부대와 북해함대·동해함대 등 해군을 배속시켰다. 또한 동부전구와 남부전구 등에는 1개 집단군 규모의 육전대(해병대)를 편성했다. 이 가운데서도 육군이 지목한 북부전구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위협적 존재로 평가받는다.

    과거 선양군구를 모태로 한 북부전구는 베이징군구·지난군구의 일부 부대까지 흡수했다. 선양군구 시절 16집단군은 78집단군으로, 39집단군은 79집단군으로, 26집단군은 80집단군으로 확대개편됐다. 이들만 해도 17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기계화 보병인데 특히 북한 신의주 건너에 주둔한 80집단군은 쾌속반응부대(신속대응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 ▲ 중국군의 300mm 방사포 PHL-03. 사거리가 140킬로미터 가량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군의 300mm 방사포 PHL-03. 사거리가 140킬로미터 가량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기에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속한 해군 북해함대, 사단급 공군 특수부대, 해군 항공사단 2개, 미사일여단 3개, 국경 경비를 맡는 무장경찰도 거느린다.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도 배치됐다. 

    무엇보다 북부전구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다른 전구에 추가 병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급변사태 시 베이징을 방어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한다. 이는 뒤집어 보면 유사시 한반도로 치고 들어올 부대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2.0에 따른 연구… 사실일까


    육군 교육사령부가 중국군 북부전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그 의도와 관련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중앙일보는 지난 1일 “군 안팎에서는 이번 연구가 적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반영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물론 중국의 패권주의도 대표적 안보위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방부가 2018년 '국방개혁2.0'을 추진하면서 구상한 ‘플랜 B’와 맞닿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에 대응하는 계획을 ‘플랜 A’,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속에서 인접국 군사력 증강에 대비하는 전략이 ‘플랜 B’였다며 “지난해 군 당국이 ‘미래 지상군 재배치 방안’을 연구한 것이나, 통일 이후 전력 배치를 연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와 다르게 평가하는 군사전문가도 있다. 과거 각 군 자문위원을 맡았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주변국 전력을 연구하고 미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 군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부분”이라며 "육군의 중국군 북부전구 연구도 그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군에서 수십 년 전부터 강조했던 ‘장차전(將次戰) 대비’라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육군뿐 아니라 해군과 공군, 해병대 또한 미래 전장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군이 중국군 북부전구를 연구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