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동영상 유포 협박, 죄질 나빠"… '집행유예' 원심 깨고 '징역 1년' 선고
  • ▲ 가수 고(故) 구하라의 전 연인 최종범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가수 고(故) 구하라의 전 연인 최종범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가수 고(故) 구하라를 협박하거나 상해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유족 측의 분노를 샀던 헤어디자이너 최종범(29·사진)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송혜영·조중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협박 ▲상해 ▲강요 ▲재물손괴 등 총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불법촬영 혐의는 1심과 동일하게 '무죄'


    재판부는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이라며 "피고인(최종범)이 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한 것은 피해자(구하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유명 연예인인 피해자가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 때 입을 수 있는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오히려 그 점을 악용해 피해자를 협박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비록 해당 동영상이 유포되지는 않았으나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는 자체만으로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여전히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1심이 선고한 집행유예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밝혔다.

    따라서 "도주의 우려 등을 고려해 피고인을 법정구속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5가지 공소사실 중 카메라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진을 촬영한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검사 제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종범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고 무릎을 꿇도록 만듦으로써 여성연예인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 행동은 비난가능성이 높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사진이나 영상물을 찍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제보하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카메라 등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고인의 친오빠 구호인 씨는 "살아있을 때 집행유예를 본 동생이 지금이라도 실형이 나와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혐의가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 판결을 받고, 형량이 징역 1년에 그친 점 등은 여전히 억울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 구하라 협박


    최종범은 2018년 9월 13일 오전 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라에서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최종범은 "'헤어지자'는 자신의 말에 격분한 구하라가 얼굴 등을 폭행했다"고 진술했으나 구하라는 "최종범이 먼저 발로 차 시비가 붙은 것"이라며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을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얼마 후 구하라가 최종범을 협박·강요·성범죄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묶어 수사를 벌였다.

    이후 경찰은 구하라에게는 상해 혐의를, 최종범에게는 상해·협박·강요·재물손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종범과 구하라가 쌍방폭행한 것은 상해죄에 해당하고 ▲최종범이 구하라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전송하거나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언론사에 제보 메일을 보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릎을 꿇리는 등의 행동은 협박·강요죄에 해당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하라의 경우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당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최종범은 5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